[양돈현장/신현덕]돈사를 옮기고 나면 돼지가 죽어요!(11/10)
[양돈현장/신현덕]돈사를 옮기고 나면 돼지가 죽어요!(11/10)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돈사를 옮기고 나면 돼지가 죽어요!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올 가을 들어 농장주나 현장관리자로부터 부쩍 많이 듣는 소리다. 자돈사에서 육성사로, 육성사에서 비육사로 돼지를 이동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아픈 돼지가 나오고, 죽는 돼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계절과 날씨 탓도 하고, 남의 농장은 더 심하다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는 없다. ‘돼지 이동’이라는 간단한 말 뒤에 숨어 있는, 우리가 이해하고 바로 잡아야할 사양 및 위생관리 포인트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돼지 뭐 있어, 먹고 쉬면 크는 거지!’를 외치는 관리자는 현명한 사람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고, 현장 경험에서 묻어나는 거침없는 행동은 마냥 부럽다. 그렇다. 처먹고 잠만 자면 돼지다. 거기서 남는 것이 살이기 때문이다. 그 말 속에 성공양돈의 과학이 들어 있다고 말하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사실이다. 에너지 보존법칙, 열역학의 법칙도 있고, 교감 및 부교감 신경 생리학도 들어있다.
돼지이동과 관련하여 양돈인이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자율신경계 생리학에 관한 것이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척추사이에서 뻗어 나와 몸속의 내장기관에 분포한다. 부교감신경은 중뇌 및 연수와 허리아래 천추에서 뻗어 나와 내장기관에 분포하면서 교감신경과 대치 관계에 있다. 서로 시소(see-saw)처럼 한 쪽이 올라가면 반대쪽이 내려가는 방식으로 작동을 한다. 자율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든 돼지든 간에 의사와 상관없이 스스로 조절되는 신경 시스템인 것이다.
교감신경은 언제 올라가서 작동하는가? 긴장, 흥분, 놀람, 운동 등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때이다.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혈압을 올리며, 호흡속도도 빨라진다.
여차하면 싸우거나 도망갈(fight or flight) 에너지를 쓰기 위한 신체의 준비 작업인 것이다.
교감신경이 작용할 때는 먹고, 놀고, 잠잘 것을 생각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를 판가름하는 상황으로 여기기 때문에, 몸속에 있었거나 새로 침입한 병원체를 물리치는 것마저도 신경 쓸 새가 없게 된다. 이른바 면역력 저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신체를 이완시키고 소화기관의 작동을 빠르게 한다. 몸이 안정감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체내 에너지를 비축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신경이다. 이른바 먹고 쉴(digest and rest) 때 작용하는 신경이다. 이 때 면역력도 증가된다.
돼지를 이동하는 상황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작동이 요구된다. 스트레스 상황이다.
잘 적응하던 따뜻한 곳에서 낯선 집과 방이다. 얼굴도 모르는 돼지들도 많다. 나보다 더 센 놈이 누군지 모르겠다. 어디서 밥을 먹고 물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 밥도 바뀌었다. 밥맛이 없다. 아무데서나 자면 되는지 눈치가 보인다. 이불도 마땅치 않다. 위풍은 세다. 기상시간은 몇 시인지, 화장실가려는 자식이 내 배를 밟고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차있다.
돼지를 잘 키운다는 것은 돼지를 부교감신경이라는 시소가 위로 올라가도록 신경 써 주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상황을 역지사지, 내가 돈사를 옮겨가는 돼지가 되어, 입장 바꿔 헤아려주면 된다. 가려운데 긁어주면 되는 것이다. 이를 부교감신경 양돈관리라고 부르자.
돼지 이동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실행해야 할 부교감신경 양돈관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옮겨 갈 돈사의 실내온도를 2~3도 더 높여 놓고 돼지를 받자! 이동에 따른 일시적 사료섭취량 감소, 소화불량에 따른 에너지결핍과 면역력 저하를 커버해준다. 이동직전의 높은 체감온도(유효환경온도) 상황 하에서 갑작스런 저온노출은 엄청난 스트레스인지는 누구나 안다. 이동 후 돼지가 저온스트레스를 받지 말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 가능한 아는 얼굴끼리 돈방에 수용하자! 사회적 서열, 위-아래를 정하는 것은 인간사 감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정해지기까지는 모든 것이 다 불안하다. 편히 밥 먹고 쉴 수가 없다. 그래서 돈방 단위로 돼지를 옮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돈방간 칸막이도 서로 보이지 않게 막혀 있으면 질병전파 차단도 되고, 눈치를 덜 보고 사는 효과도 있다.
셋째, 전략적 영양 보강 및 투약을 실시하자! 이동과정에서 아무리 잘해줘도 돼지입장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 입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영양적 틈새를 메꿔 주고, 기회주의적 병원체 감염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전략이다.
이동 후 7일 정도, 급여사료에 사료 항스트레스 비타민, 미네랄도 좋고 내 농장 상재병원균에 감수성이 좋은 항생제를 예방수준으로 첨가하면 된다.
늦가을에 내년 봄까지 외기온도가 낮을수록, 돼지 이동에 따른 후유증은 크다.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에너지결핍 상황은 상재병원체의 감염을 촉발한다. 부교감신경 생리를 이해하면 과학양돈의 재미가 쏠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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