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윤재순]다시 주목해야 하는 ‘글래서씨병’(10/27)
[양돈현장/윤재순]다시 주목해야 하는 ‘글래서씨병’(10/27)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다시 주목해야 하는 ‘글래서씨병’

윤재순 선임컨설턴트 / CJ 제일제당 생물자원마케팅팀

약 10여 년 전에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 학교로 이유자돈 병성감정 의뢰가 들어오면 부검 및 실험실 진단을 했던 경험이 있다. 몇 번 경험이 생기니까 부검을 안 하고도 진단이 가능했었다. PCV2, PRRS, 글래서씨병, 살모넬라가 복합적으로 감염된 PMWS라고 말하면 99.9% 맞았던 시절이다. 물론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지만 그만큼 이 질병들이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글래서씨병에 대한 양돈 현장에서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PRRS나 PCV-2 백신의 개발 등으로 예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발생율과 피해 정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돈장에서 글래서씨병은 여전히 높은 비율로 존재하고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최근 발생한 글래서씨병 사례를 통해 양돈장에서 많은 피해를 양산하는 글래서씨병에 대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충남 소재 일괄사육농장 자돈사에서 자돈들이 위축돈 다발과 폐사가 증가하므로 농장점검을 요청하여 방문하였다. 주요 증상이 자돈사에서 발생하므로 분만사와 자돈사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하였다. 우선 자돈 중 외관상 피모가 거칠고 위축된 환돈의 비율이 높았다. 또한 어린 일령부터 층아리 현상이 관찰되고 있었다. 환돈들은 별도로 환돈방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발열, 위축, 기침 등이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관절염, 설사 및 삼출성표피염 증상도 관찰되었다.<그림1 참조> 돈사환경은 일령대별 적정온도보다 다소 춥게 느껴졌으며 샛바람도 확인되었다. 또한 이처럼 열악한 환경온도를 높여주기 위해 과도하게 환기량을 줄여 가스가 많고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동시에 나타났다.
자돈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임상증상을 나타내는 돼지 2두를 부검하였다. 공통적으로 복강과 심낭강에 다량의 담황갈색 수액이 차있고 흉강 및 복강 장기막에 노란 섬유소 파편이 붙어 있고 이로 인해 폐엽과 흉강장기의 유착이 발생하였다. 섬유소성화농성 다발성장막염, 심낭내 화농성 염증이 관찰되었으며 무기폐 소견과 전신의 림프절에서 충혈과 종대가 관찰되었다. <그림 2> 후지 관절의 관절낭의 발적, 비후와 활액의 증가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글래서씨병, 연쇄상구균, 유행성폐렴 및 PRRSV와 PCV-2가 의심되었다.
농장내 돈군의 혈액과 부검한 자돈의 조직을 실험실 진단하였다. 그 결과 의심되었던 글래서씨병에 대한 항원이 확인되었으며 PRRS와 PCV-2와 같은 소모성 바이러스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PCV-2와 PRRS 등의 1차 원인균에 의하여 면역력 저하가 발생하고 글래서씨병과 같은 2차 세균성 질환으로 농장에 피해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래서씨병은 세균성 질병이므로 항생제 치료는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이유 후 증상이 다발하므로 이유할 때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참고로 아목사실린을 음수 투약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환돈은 관찰 즉시 엔로프록사신 제재로 주사 치료를 실시하였다. 또한 질병 발생 시 영양소 요구량이 증가되므로 비타민과 유기산이 포함된 영양제를 급여하여 영양소 부족 현상이 없도록 조치하였다. 이 농장의 경우 위 치료제들의 효과가 우수하였다.
글래서씨병은 또 1차적인 원인체인 소모성 바이러스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근본적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부검소견과 실험실 진단 그리고 과거 혈청검사 결과를 토대로 백신프로그램을 조정하였다. PCV-2는 번식돈군에도 접종하도록 하였다. 유행성폐렴은 접종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하도록 조치하였으며 PRRS는 과거 접종하다가 중단된 것을 매 분기 번식돈군에 일괄 접종하는 것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조정하였다. 최근 PCV2백신에 대한 모돈 접종이 증가하면서 자돈에서의 간섭 현상도 접종 일령에 고려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양돈전문 수의사와 함께 실험실 진단을 진행한 후 결과를 토대로 백신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
글래서씨병은 불현성 감염의 형태로 균이 체내에 존재하다가 스트레스 등으로 균이 쉽게 증식하게 된다. 따라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예방에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이 농장은 단열이 불량하고 노후 된 틈새를 통한 샛바람이 자돈들에게 많은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창문에 비닐을 덧대어 단열을 보강하고 틈새를 막아주었다. 또한 불량한 벽면 입기창이나 휀은 보수나 교체하여 원하는 환기량을 맞출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그리고 교체하지 않는 휀도 돈사 먼지 등으로 오염이 심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 모두 청소해 주었다. 즉 온도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신선한 공기는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였다.
자돈사에 밀사스트레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모돈의 숫자를 줄이거나 자돈을 외부로 판매하는 등의 조치는 어려운 현실이었다. 단 자돈의 숫자에 비하여 부족한 음수니플의 숫자를 증량하여 물 섭취가 원활하도록 하여 물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라도 없도록 조치했다.
대책안대로 조치하고 몇 개월이 지난 현재 위축돈의 발생비율은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본 농장에서의 경우와 같이 글래서씨병을 극복 하는데는 한 가지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양돈장에서의 질병은 원인균, 환경, 사양관리 등의 모든 기본관리가 이뤄져야만 예방할 수 있다는 원칙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농장을 방문하면 돼지가 죽었으니 잘 듣는 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약은 필요한 조치 중 하나일 뿐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원인이 없어져야 질병이 없어진다.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는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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