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김동욱]냉방시설 설치 후 돈사 환기 달라져야 한다(8/4)
[양돈현장/김동욱]냉방시설 설치 후 돈사 환기 달라져야 한다(8/4)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냉방시설 설치 후 돈사 환기 달라져야 한다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무더운 여름이다. 무더위를 이겨내고 돼지를 좀 더 시원하게 해서 잘 먹이고 잘 키워 출하를 하기 위해 많은 농가들이 돈사에 각종 냉방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 농장에서는 냉방시설이 설치된 돈사의 돼지들의 상태를 봐달라는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쿨링 패드나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설치되기 전에는 돈사의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단열이 좋지 않은 돈사의 경우에는 지붕에 스프링쿨러를 설치해 천정에서 돈사로 들어오는 복사열을 줄여주고 윈치돈사의 경우 윈치 외부에 차광막을 설치해 직사광선을 막고 입기되는 온도를 다소 줄여주는 방법을 이용했다. 거기에 환기량을 늘려 강제로 유속을 만들어 돼지들의 체감온도를 낮추고 그것도 모자라면 커다란 중계휀을 돈사 곳곳에 설치하고 바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그저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헐떡이는 돼지들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가들은 큰맘을 먹고 많은 비용을 들여 냉방시설을 설치했다. 그리고 맞이하는 첫여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막상 돼지들을 보니 무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원인을 설명하기 앞서 우선 선풍기와 에어컨을 사용할 때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선풍기와 에어컨의 가장 큰 차이는 바람의 온도차이이다. 선풍기는 실온의 공기에 강제적인 흐름을 만들어 유속에 의한 체감온도 하강효과를 기대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에어컨은 실온보다 낮은 시원한 공기를 만들어 불어넣는 장치이다. 우리가 선풍기를 사용할 때에는 집안의 창문을 열어놓는다. 그러나 에어컨을 사용할 때에는 어떤가? 집안의 창문을 닫아놓고 시원한 공기의 외부유출을 최대한 막는다. 이러한 차이를 돈사에서 마찬가지로 적용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냉방기를 통해 입기되는 공기는 외기온도보다 낮다. 이렇게 시원한 공기가 입기되는데 기존의 여름 환기방식대로 운영이 된다면 어떨까? 차가운 바람이 강한 유속에 실려 돼지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돈사에 들어가 보면 첫 느낌은 쾌적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쾌적함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갔을 때 잠깐의 느낌일 뿐이다. 그 서늘한 바람을 계속 맞고 있어야 하는 돼지들은 어떨까? 그 시원한 공기를 센바람으로 계속 맞고 있어야 하는 돼지들은 추워하고 이내 기침을 하고 그래서 사료를 덜먹고 결국 덜 큰다.
그렇다면 냉방기 설치 후 환기운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시원한 공기를 불어 넣을 경우 돼지에게 닿는 유속을 줄여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여름 환기량보다는 휀의 가동량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시원한 공기가 돈방 구석구석 골고루 공급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원한 공기가 특정한 위치에 집중적으로 떨어질 경우 돼지들은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피한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해 피할 자리가 여의치 않으면 결국 일부 돼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찬바람을 맞은 돼지는 아프게 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냉방기 설치 후 돈사에 맞는 환기량 확인이다. 단열이 우수한 돈사는 괜찮지만 단열이 안 좋은 돈사의 경우 돈사내부의 온도는 냉방기 설치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는 농장은 외부에 설치된 컨트롤러의 온도만을 보고 환기량을 설정함으로서 앞서 말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컨트롤러의 온도가 아닌 돼지의 상태를 보며 환기량을 설정해야 한다. 돼지의 호흡수, 돼지가 누워있는 모양, 돼지가 특정 장소를 피해 몰려있는지 여부, 그리고 포그머신 등을 이용해 입기되는 찬 공기의 돈사 내에서의 흐름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환기량을 설정해 주어야 한다.
냉방장치를 설치한 돈사는 봄·가을 환경과도 다르고 또 냉방장치 설치 전 한여름의 환경과도 다른 제3의 새로운 환경이다. 이 새로운 환경이 돼지에게 이로운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세심한 관찰과 그에 따른 부지런한 환기조절이 요구된다. 냉방장치의 올바른 운용을 통해 한여름 돼지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관리자는 오히려 땀을 더 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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