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3개월 3주 3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어렵게 새끼를 낳았는데 포육해야할 모돈이 배를 깔고 젖주기를 거부하거나 심지어는 자기가 낳은 새끼를 물어 죽이기도 한다. 젖을 주려고 자세를 취하고 꿀꿀거려 새끼를 불러 모았지만 젖샘이 조금밖에 채워져 있지 않거나 말라 있어 충분한 젖을 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젖 섭취가 부족한 새끼돼지는 어미의 빈 젖을 이 곳 저 곳 바꿔가며 빨아댄다. 이마 부위는 지저분하고 피모는 불량하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병원균에 오염된 흘린 어미사료나 분변을 뒤적거린다. 젖을 통해 받아야 할 다양한 병원체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공급이 안되어 면역력은 바닥상태로 떨어진다. 포유중 자돈사고율이 증가한다.
이렇게 포유기간 중에 영양과 면역항체가 듬뿍 든 어미젖을 이유 시까지 충분히 받지 못한 자돈이 증가할수록 이유~출하까지의 돈군 위생까지도 악영향을 받는다. 이유체중이 낮고 면역력이 낮은 돼지를 품질이 불량한 자돈이라고 부른다.
이런 품질불량 자돈은 올인/올아웃이 안되거나 ‘수세-소독-건조’가 불량한 자돈사로 이동한 후 상재 병원체의 공격을 동료 자돈들 보다 먼저 받아 쉽게 감염된다. 그 다음은 병원체를 엄청나게 배설하는 돼지가 되어 보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비육돈 사고율 증가, 도체등급 불량, 사료효율 불량을 초래한다.
대표적 저유증 증후군은 유행성설사(PED), 돼지 생식기호흡기 증후군(PRRS), 돼지 인플루엔자(SIV)같은 전염병 감염 돈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저유증증후군의 증상에는 고열, 식욕부진, 변비를 보인다. 유방이 딱딱하게 굳고 질삼출물을 보이는 무유증 증후군(MMA)과는 구분된다. 항생제, 옥시토신, 해열제, 영양제를 주사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다.
감염모돈은 새끼한테 젖을 제대로 주지 못하여 체지방이 소모되지 못했기 때문에 비만상태에서 강제로 이유되고 고열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난소기능부전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재귀발정이 지연되거나 발정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정이 와서 수정을 시켰더라도 임신 기간 중에 유선발육이 불량하기 때문에 다음 산차 분만 시에도 비유불량 상태에 빠지기 쉽다. PED, PRRS, 인플루엔자 예방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PED는 증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만, 병원성이 약한 PRRS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저유증 증후군은 오진 사례도 심심치 않다. 사료품질 관련 클레임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몇 차례 볼 수 있었다. 병원체에 감염된 후보돈 도입은 절대 금해야 하고 돼지 수송차량과 사람 등에 대한 차단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신접종은 보조적 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저유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분만모돈에 대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상승하고 말초혈관이 수축하므로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그리고 스트레스호르몬 분비에 대응하여 젖을 내는 호르몬은 억압을 받아 감소한다.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는 사양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차분하지 못하고 포악한 관리자, 불편한 소음, 뜨거운 보온등 노출, 미끄럽고 차가운 돈방 바닥, 먹기 불편한 급수기 등 스트레스 요인은 많다. 등지방이 얇고 발목이 가늘고 근육질인 모돈은 스트레스에 약하고 그만큼 신경질적이다. 종돈을 교체하고 저유증 증후군을 호소하는 농장도 있었다.
드물게 곰팡이독소 중독에 의한 저유증증후군 사례도 있다. 사료가 의심이 될 때에는 곰팡이독소흡착제의 사용도 권장되고 벌크빈과 급이라인 청소도 유의하야 한다.
분만 모돈이 정상적으로 젖이 나오면 처음 7일간 포유자돈의 일당증체는 220g, 다음 7일간은 250g, 다음 7일간은 300g 정도에 달한다.
생시체중이 1.4㎏이라면 7일령 평균체중 2.9㎏, 14일령 4.7㎏, 21일령 6.8㎏ 정도의 성장곡선을 그려낼 수 있다. 당연히 모돈 개량, 사료영양 수준, 분만사 시설, 포유두수에 영향을 받고 뭐니 뭐니 해도 관리자의 영향이 가장 크다. 내 농장 분만사를 다시 한 번 세밀하게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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