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신현덕]PRRS, PED 피해농장 글래서씨병 사례(2/11)
[양돈현장/신현덕]PRRS, PED 피해농장 글래서씨병 사례(2/11)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PRRS, PED 피해농장 글래서씨병 사례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아직도 많은 양돈인에게 생소한 병명이지만 글래서씨병을 양돈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글래서(Glasser)라는 학자가 1910년도에 작은 그람음성 간균과 관련된 돼지질병을 관찰한 것에서 비롯하였다고 하니 벌써 한 세기가 넘은 질병이다. 병명이 몇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 76년에 현재의 이름인 글래서씨병 또는 헤모필루스 파라수이스병 (Haemophilus parasuis, 줄여서 HPS)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구레사병 (グレ-サ-病)’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부저기혈간균병(副猪嗜血桿菌病) 이라 부르고 있다. 북미나 중남미 쪽에서는 HPS라고 더 많이 불리는 것 같다.
연쇄상구균 뇌막염 등의 원인균으로 잘 알려진 스트렙토코커스 수이스(Streptococcus suis), 흉막폐렴과 유사한 액티노바실러스 수이스(Actinobacillus suis)와 더불어 어린 돼지를 죽이는(sui-cidal) 질병으로 불리우고 있다. 병원체 원인균 뒤쪽에 붙은 수이스(suis)는 돼지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돼지에서 병을 일으키는 경우에 붙는다.
이런 질병들은 농장 규모 확대, 집약적 생산방식, 유전적으로 항병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PRRS바이러스 같은 면역 억제성 병원체가 농장 내에 축적되고 스트레스 요인이 가중되면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최근 충남지역의 모돈 사육규모가 500두~1천300두로 비교적 큰 농장 4곳에서 글래서씨병 사례를 볼 수 있었다. 4개 농장에서는 공통적으로 번식돈에서 PRRS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유산, 조산, 사산, 허약자돈 분만 및 포유자돈 사고율을 겪은 후였고 그 중 한 농장은 PRRS 외에도 상재형 PED로 고생을 하던 농장이었다.
포유자돈 사고율도 정상시기에 비해 3~5% 포인트도 증가하였지만 주 증상은 이유 후 1~2주가 지난 5주령부터 피모불량, 침울, 복식호흡, 위축돈, 관절염, 기립불능 증가 등이었다. 가끔 신경증상을 보이는 자돈도 볼 수 있었다.
부검소견으로는 폐문 림프절이 크게 부었고 겨드랑이 부위 피하조직은 탈수로 인해 기포가 많은 것으로 보아 정상적으로 성장하던 자돈이 발열, 사료섭취량 감소로 탈수를 동반한 급격한 위축이 진행된 것이었다. 섬유소성 흉막염으로 폐엽이 갈빗대에 붙어있기도 하고 특징적으로 심외막염이 극히 심하고 심낭 내에는 누런 염증성 액체로 차 있기도 하고 심낭이 심외 막에 유착된 경우도 있었다. 섬유소성 복막염으로 복강 내에 지저분한 염증산물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관절염으로 인해 관절액 증가와 관절부위 종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글래서병 원인균인 헤모필루스 파라수이스균은 최소 15개의 혈청형이 있는데 감염시험에서는 1형, 2형, 5형, 12~14형균이 병원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청형이 많다는 것은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교차면역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이전에는 북미와 국내에서는 4형과 5형균이 병 발생의 40~60% 정도를 일으켰지만 유럽 쪽에서 종돈 수입도 증가하면서 다른 혈청형에 의한 발병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과거에는 효과가 좋았던 글래서씨병 백신 접종돈군에서도 발생사례가 심심치 않다는 것이 그 짐작의 근거가 된다.
자돈사에서 비교적 병원성이 강한 PRRS바이러스가 활성 상태라면 글래서씨병이 복합되는 경우 초기 몇 개월간은 자돈사 도태폐사율이 가볍게 10%를 넘긴다.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전문수의사의 개입과 자문으로 초동대처를 확실히 한다면 그 피해를 어느 정도는 경감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항생제 저 항생제를 임의로 선택하여 투여해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전문수의사에게 발병상황을 세밀하게 알려주고 병성감정기관으로 적절한 가검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PRRS 북미형 및 유럽형, 인플루엔자, 써코바이러스, 유행성폐렴 등과의 복합감염 여부를 진단하고 모체이행항체 소실 시점도 확인해야 한다. 후보돈 순치기간에 유효한 백신을 접종하거나 환돈 동거 방식에 의한 의도적 감염과 면역획득도 필요한 수단이 된다. 그래야 올바른 백신접종 프로그램도 새로 작성할 수 있고 유효한 항생제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래서병균은 건강한 돼지의 비강과 기관에서 흔히 분리되는 상재균으로 기회주의적 감염을 일으키는 균이다. 면역억제성 질병감염을 억제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때 발병 기회가 사라진다. 돈군 그룹관리, 산차 격리 생산방식, 올인 올아웃 방식 도입, 철저한 위생관리 및 유전적 항병력 강화 등 현대적 생산기술의 복합적 접근을 통해 발병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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