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신현덕]호흡기질병 전파 경로를 차단하라!(6/25)
[양돈현장/신현덕]호흡기질병 전파 경로를 차단하라!(6/25)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호흡기질병 전파 경로를 차단하라!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마스크가 동이 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영양제라도 품귀현상이다. 많은 학교가 문을 닫고 시장엔 사람이 없다. 한류가 시들하고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렸다.
사막의 배 역할을 한다는 낙타가 사람에게 무서운 바이러스를 옮겨주며 감염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낙타가 매개동물 역할을 한 것이고 중동지역을 다녀온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국내로 들어오며 시작되었다. 잠복기가 2주나 되다보니 공항 검역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도 있었다. 축산 관련인처럼 입국과정에서 호출되고 조사받고 소독하는 과정도 없다. 설령 소독을 한다 해도 몸에 벌써 감염된 상태라면 방법이 없다.
열나고 기침하고 몸이 쑤신다 싶으면 지정병원에 빨리 가서 중동지역에 다녀왔다고 격리치료해달라고 자진신고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잠복기과정에는 바이러스 배설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르스의 원인체는 코로나 바이러스(CoV)과에 속한다. 돼지전염병 중에는 전염성 위장염(TGE), 유행성설사(PED), 호흡기형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PRCV) 그리고 혈구응집성 뇌척수염(HEV)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코로나 바이러스과에 속한다. 10여년전 중국 쪽에서 더 요란을 떨며 인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던 중증호흡기증후군 싸스(SARS) 바이러스도 여기에 속한다. 구제역이나 독감바이러스처럼 RNA바이러스 계열로서 변이주가 쉽게 출현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어 예방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는다.
호흡기 질병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병원체는 비말(飛沫, droplet)에 의해 전파된다. 비말이란 기침, 재채기, 심한 하품 등을 할 때 코나 입을 통해 튀어나오는 물방울 입자를 말한다. 그 입자에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의 병원체가 들어 있을 때 전염병의 확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비말이 발생했을 때 그 물방울 입자 직경이 3μm(1마이크로미터는 백만분의 1미터 크기)보다 작은 것도 있고 100μm 이상인 것도 있을 수 있다. 비말입자가 8μm보다 큰 입자들의 부피 총계가 99.9%에 해당된다고 하니 그 보다 작은 미세 입자의 양은 미량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미세입자일수록 공기 중에 오래 머물고, 폐 깊숙한 곳까지 침입할 수 있으니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바람이 없는 공간의 3m 높이에서 비말이 바닥까지 낙하하는 시간을 보면 100μm짜리는 10초, 40μm는 1분, 20μm는 4분, 10μm는 17분, 5μm는 67분이며, 3μm이하는 잘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입자가 작을수록 공기 중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공기 중 상대습도가 낮아 건조할수록 바람이 불수록 병원체가 묻어있는 입자가 오랫동안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숨을 쉴 때 코나 입으로 침입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입자 직경이 20μm이상을 비말이라고 하고 20μm이하를 에어로솔이라고 한다. 에어로솔(aerosol)이라는 말 그대로, 공기 중에 떠있는 액체나 고체 입자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5μm 이하의 에어로솔을 공기감염의 주범으로 본다.
구제역의 경우 가축이 숨을 쉴 때 마다 공기 중으로 뿜어낸 에어로솔에 바이러스가 들어있어서 공기감염이 가능하다. 공기감염은 에어로솔량도 많고 또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돼지가 면역이 불량할수록 감염이 용이해진다고 보면 된다.
돼지에게 호흡기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엄청나게 많다. PRRS, 인플루엔자, 호흡기형코로나바이러스가 있다. 써코, 오제스키병도 호흡기증상을 유발한다. AR, 흉막폐렴, 유행성폐렴, 파스튜렐라폐렴, 글래서씨병 등은 세균에 의한 호흡기질병이다.
대부분 돼지 호흡기질병은 사람과는 달리 코와 코의 접촉과, 90cm 이내에서 내뿜는 비말감염이 주요 경로를 이루고, 비말에 오염된 사료나 물, 먼지나 분뇨가 코나 입으로 들어갔을 때 감염이 성립된다.
돈사 청결관리를 한다는 것은 병원체에 오염된 대상에서 병원체를 최대한 깨끗하게 제거하는 작업을 말한다. 환기관리를 한다는 것은 공기 중에 떠있는 오염된 비말 숫자를 줄이는 수단이 된다. 소독을 한다는 것은 청결관리 과정에서 살아남은 병원체를 추가로 살멸하는 과정이다. 돈사 내에 돼지가 들어있다면 완벽한 소독은 불가능하다. 병원체를 내뿜는 감염돈을 격리시키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돈사가 빌 때마다 ‘세척-소독-건조-비우기 5일 이상’ 과정이 의미가 크다. 올-인/올-아웃이 되지 않으면 돈사 소독효과는 불량할 수 밖에 없다.
과밀사육은 돼지전염병 근절의 최대 장애물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돼지가 들어가면 감염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고 감염경로는 그만큼 많아진다. 사육공간내의 모든 대상이 순식간에 병원체로 오염된다. 숨 쉬고 먹고 마실 때 마다 병원체가 체내로 침입하는 상황이 되니 과밀사육은 만병확산의 근원이 된다.
사람의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돼지 키우는데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면 그 농장의 사업 지속성은 길지 않다. 돼지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손발 자주 씻겨주는 심정으로 질병전파경로를 막아주자. 청결, 환기, 소독, 격리가 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