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이재춘]이제는 구제역 상재화 대비한 정책 수립해야(4/16)
[양돈현장/이재춘]이제는 구제역 상재화 대비한 정책 수립해야(4/16)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이제는 구제역 상재화 대비한 정책 수립해야

이재춘 수의사 / 에이스종돈 대표

구제역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공통적으로 발병이 되는데 구제역 바이러스 자체가 변이가 심하고 특히 양돈의 경우 타 우제류와 달리 현재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증상 또한 다소 심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진천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구제역이 4월 초 현재까지도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구제역은 이번 발생 양상으로 볼 때 통제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4년전 3조원 이라는 엄청난 재정 투입을 하면서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었지만 결국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온 것이다.
최근 구제역은 백신을 열심히 접종하면 방어가 될 것이라는 농가들의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국내 양돈업계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매스컴을 통해 나오는 구제역 발생 및 살처분 소식들은 다소 줄어든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발생농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역학관련 농장들까지 증가해 이동제한과 더불어 전파차단을 위해 농가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경제는 움츠러들고 있으며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등 농가는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수개월을 조마조마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는 효과가 없는 백신으로 판명이 되었지만 그동안 농가에서는 정부를 믿고 철저한 백신 접종을 했다. 하지만 구제역은 속수무책으로 확산 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농가에서 백신접종 및 차단방역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였고 근본적인 원인파악은 뒤로 한 채 농가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해 압박을 가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 결과 농가들은 구제역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 행정의 도움이 아닌 협박을 받는 것 같은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농가에 대한 잘못된 불신이 이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본다. 물론 모든 농가들이 완벽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다수의 농가들은 구제역이 아니라도 상시 농장의 생산성을 위협하는 여러 질병들에 민감하기 때문에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일단 양돈장에서 질병이 발생한다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농장관리 또한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농장에서는 질병발생시 예견되는 이러한 상황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항시 경계를 하며 대비를 하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에서는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농가들이 방역에 안일하다는 인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현장을 너무 모르고 있으며 오히려 그들이 농가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주기적으로 겪어야 하는가? 수출을 위해? 우리는 돈육 수입 국가인가, 수출 국가인가? 수입 장벽을 위해서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11년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가 오히려 더 많이 수입되어 소비시장이 한 때 수입 돈육 중심으로 바뀐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인가? 구제역이 농가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기는 하지만 여타 돼지 질병들 즉 PED, PRRS, 써코바이러스 등에 의한 피해보다 월등히 문제가 되기나 하는가? 뭔가 잘못 돌아가도 한참 잘 못 돌아가는 것 같다. 현재의 구제역에 대한 정책은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상황처럼 보인다.
4년전 안동에서 시작해 급속히 확산된 구제역 상황에서 발생 농장의 전 두수 살처분 및 주변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으로 다소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고 경제적 부담도 매우 컸었지만 이러한 농장들은 일정기간 농장을 비우고 재입식을 하면서 청정화를 이루는데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백신이 공급되고 접종이 시작된 농장들은 증상이 나타나는 개체들만 부분 살처분 했고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가 없어질까 하는 의문은 계속 남아있었다.
또한 국내에 소 사육농가들은 양돈장보다 많은데 소의 경우 돼지와는 다르게 회복이 되더라도 장기간 바이러스가 체내에 남고 전염원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국내 구제역의 상재화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늘어나는 국제교역, 인적교류와 기후변화에 따른 황사 미세먼지 발생 증가 등을 볼 때 외래전염병 유입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 현실을 간과하고 또 다시 청정화를 내 걸고 농가들을 압박하는 행정이 반복된다고 한들 구제역의 재 발병이 막아지겠는가? 정책을 시행하면 정부는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인데도 만약 재 발생하게 된다면 발생 농가는 모든 죄를 덮어 쓰게 될 것이고 구제역은 역시 같은 양상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며 현재와 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은 너무 자명하지 않나? 무엇을 위해 이러한 엉뚱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는 돼지고기 수출을 위해 구제역을 청정화하자고 무리하게 내건 간판을 내리고 상재화 된 상황에서 생산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면서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에 면역원성이 우수한 백신에 대해 상시 연구하고 충분한 수량을 보급하는 등 장기적으로 청정화 전략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지난 상황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냉철히 잘못된 부분들을 돌아보고 미래의 양돈산업을 위해 양돈농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책임있는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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