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신현덕]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한 제언(4/2)
[양돈현장/신현덕]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한 제언(4/2)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한 제언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종식(終熄)시킨다 하는 말은 ‘한 때는 번성하던 것이 누그러져 끝을 낸다’는 뜻이다. 화재상황에서 ‘불길이 더 번지지 못하고 꺼졌다’ 할 때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초에 발생했으니 4개월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겨울철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소독약 살포효과도 낮은 때이고 영악한 바이러스의 변이 술책도 씨가 먹혀 백신접종 효과를 헛심 빠지게 했다. 다행히 소나 염소 등 다른 우제류 동물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런 동물들은 보균자(carrier)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이 땅에 바이러스가 상재화 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4월 봄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에게 잔인한 4월이 되게 하자.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의 활력도 떨어져 돼지 체외에서는 수명이 짧아진다. 소독약 효과도 십분 발휘된다. 그 동안 접종했던 백신효과 더하기 더욱 강력해진 O형 단가백신의 추가접종은 방어력을 높여줄 것이다. 더 이상 구제역 바이러스를 배양해줄 감수성 높은 돼지가 농장 내에 없고 돈사 안팎으로 유기물속에 숨어있던 바이러스도 소독약 살포로 일망타진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명심해야할 사실이 있다. 내 농장 하나쯤이야 하는 자만과 방심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귀신같이 그 빈틈을 찾아낸다고 여겨야 한다. 전염병은 한 마리 돼지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한 농장 전체가 되고 한 동네, 한 시/군을 넘어 나라전체로 퍼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환경온도가 높아지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자동적으로 소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구제역이 발병하는 다른 나라들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몽골 등 사막이 많고 덥고 건조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환경 온도 상승에만 구제역 바이러스 종식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구제역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은 원인을 살펴보면 조기 종식의 해답도 그 안에 들어있다고 본다.
첫째, 발생농장의 신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증상을 보이거나 잠복기 상태에서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배설하는 돼지를 얼른 발견하고 신고하고, 살처분하는 과정에 실패사례가 많았다. 발병 개체수가 증가하면 돈사 내 바이러스 오염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돼지가 감염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살처분 보상이 따른다 해도 경제적 손해가 크거나 불확실하다면 또한 내 농장이나 이웃농장의 자돈이동이나 비육돈 출하가 언제까지 이동제한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임상증상 발견 즉시 조기 신고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있었다고 본다. 잠복기 상태여서 바이러스를 배설하는 일부 돼지가 도축장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도축장 입구나 거점소독시설 등의 돼지수송차량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것이 그 증거가 된다.
농장 입장에서는 발병사실을 은폐할 여지도 있다. 비육돈에 서 너 차례나 백신을 접종했고 소독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발생한 경우, 와중에 당장 돼지를 옮기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경우일 수도 있다.
둘째, 예방백신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소 같은 우제류 동물에 비해 돼지는 구제역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좋지 않다. 따라서 자돈에 대한 1회 접종으로 출하 시까지 완벽한 방어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심지어 수차례 접종한 모돈이나 비육돈에서도 발병한 것을 보면 백신접종상의 실패보다는 백신자체의 효능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위탁장에서 다발한 것을 볼 때는 모체이행항체가 여전히 남아있는 일령에 너무 일찍 접종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탁농장들의 시설과 사육능력이 열악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접종하여 전출하는 방법을 택했을 수 있다.
국내 상당수의 농장은 구제역 백신 1차 접종 시기가 되는 자돈 45~70일령 사이에 PRRS 바이러스가 순환하고 있다. 이 사실도 구제역 백신 접종효과를 낮춘다고 본다.
구제역 상황에 발이 묶여 아무 일도 못하는 임상 수의사나 축산 전문인력들을 잘 활용한다면 백신접종의 효과를 더 높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상관도가 높은 백신 공급으로 추가접종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희망적으로 기대를 갖는다.
셋째, 살처분, 이동제한과 차단방역에도 문제가 있다.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상에 관련된 예산 확보도 기대 난망이다 보니 발생농장의 살처분 작업에서 축소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해 낙담한 농가는 방역작업에 의기소침하다. 더욱이 동절기를 지나면서 소독효과도 좋지 않았다. 고도로 오염이 많이 된 돼지 수송 차량과 발생농장 출입이 많은 차량은 별도의 강화된 거점 소독시설이 필요했다. 오히려 거점소독시설에 들른 일반 관련차량들이 바이러스를 묻혀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가장 근본적이고 큰 문제는 바이러스를 배설하는 돼지를 고의든 아니든 이동제한 구역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경로 상 차량소독으로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경계해야할 것에는 청정화 불가론, 자동소멸, 내 재산 내 맘대로, 바이오테러이다. 방역은 물 샐 틈이 없어야 가능하다. 안 된다고 마음먹으면 안 되고 나쁜 맘먹는 사람 있으면 불가능하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지럽다보니 부정적으로 되기 쉽다.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향한 양돈인들의 일치단결과 정부의 굳센 지원 의지가 필요한 더욱 간절한 때이다. 4월안에 구제역이 종식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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