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북한 양돈업 발전, 남북 공동노력 필요(6/13)
[특별기고]북한 양돈업 발전, 남북 공동노력 필요(6/13)
  • by 양돈타임스
[특별기고]북한 양돈업 발전, 남북 공동노력 필요

엄현종 원장 / 피그월드 동물병원

지난 5월 (사)통일농수산사업단의 ‘삼일포 통일 모내기’에 행사 인원과 같이 북한의 양돈부분에 대한 사업단의 양돈팀 일원으로 참석했다.
북한의 양돈장을 방문해 보니 1개의 농장이 정부의 지원으로 모돈 25두 규모의 농장을 작년에 신축하여 시설을 무창돈사 구조로 만든 상태이며 이번 4월부터 분만이 시작된 상황이었다. 사료는 도드람양돈조합에서 무상으로 지원을 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 가운데 도드람조합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참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북한은 개별농장 단위로 움직이고 있으며 농장 당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각각 사업장별로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 농장 단위에 현 모돈 25두 농장이 지어져 있는 상황에서 주위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도 발견됐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 그리고 북한의 여건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에 필자는 북한 양돈장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현재까지 남한에서 보내준 모돈들은 다비육종에서 무상으로 공급된 것으로 기존의 북한 돼지보다 모돈 생산성적과 돼지들의 성장률이 월등히 좋아서 시험농장 일대에서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생산성적을 올리기 위해 돼지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농장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윗선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답답하다고 생각하겠지만 30년 전의 양돈장을 시작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둘째, 북한의 전력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무창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주변 여건의 상황이 좋지 않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셋째, 경쟁을 유도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싶지만 오랫동안 생활해 오던 습관과 사고방식 때문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했을 때 결론을 도달하기 위해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기보다 설명을 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생산성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일의 진행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꼈다.
놀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턴에서 욕심이 많고 그로 인해 부자이다. 하지만 흥부는 인정이 많고 욕심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놀부는 그 만큼 부지런했고 아꼈기 때문에 부자이고 흥부는 부지런하지 못했고 능력도 없으면서 무계획적으로 자식을 많이 부양했기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흥부를 놀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체제를 바꾼다고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는 아이 젖 한 번 더 준다고 무상으로 계속 지원해 주는 것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현재 흥부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주변의 여건 등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향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남측도 마찬가지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펼쳐 보이고 이에 대한 논의를 좀 더 해야 한다. 즉,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북한과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부분들은 단순히 북한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한의 성적이 좋은 농장과 그렇지 않은 농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흥부와 놀부를 단순 비교선에서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방향성이 나오지 않을까.
진길부 도드람양돈조합장은 도드람에서 사료를 계속 무상 공급해 주고 있지만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 원리를 이용해 사료 값은 도드람에 지불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이에 대한 답이 없었다. 금강산 현대아산측에 방문한 손님들의 식사용으로 고기를 공급하면서 돈을 받고 이 돈 중에서 사료 값은 도드람에 환원해야 하는데 북측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1두당 10만원 전후의 돈이라는 것이 우리는 그냥 10만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상당히 가치가 높은 돈이기에 생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까지 많은 산을 넘어 왔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이번 방문은 북측의 3개 단위농장 중 1개에 남측에서 설치한 농장이 있는데 다른 2개의 단위농장에도 각각 설치(모돈 25두)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으로 물론 남측 (사)통일농수산사업단에서 정부 예산으로 시설비 지원을 해주고 다른 부분의 재료를 남측에서 재공을 해주는 형태로 구상을 하고 있다. 어찌됐든 일정 부분의 합의를 본 상황이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현재 양돈분야 상황은 진행형이다. 북한과는 누군가 발을 깊이 담그면 담글수록 빠지기 힘들다지만 지금은 빼기 힘든 진흙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듯이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단시간에는 절대로 힘들다. 장기적으로 10년, 20년을 두고 천천히 해나가야 한다. 흥부를 놀부의 사고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그 날 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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