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甫(두보, 712~770)
細草微風岸 危檣獨夜舟(세초미풍안 위장독야주)
미풍에 잔풀 나부끼는 뚝, 홀로 정박한 밤배
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성수평야활 월용대강류)
별 드리운 들판은 넓고 달 아래 흐르는 큰 강물
名豈文章著 官應老病休(명개문장저 관응노병휴)
글 솜씨로 이름났으되 늙고 병들어 물러난 벼슬
飄飄何所似 天地一沙鷗(표표하소사 천지일사구)
떠돌이 이 몸은 모래밭에 한 마리 갈매기 신세
안록산의 난 이후 두보는 친구인 성도(成都)절도사 엄무(嚴武)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서기 765년 엄무가 죽자 성도를 떠나 양자강을 따라 무작정 방랑하는 도중에 쓴 시다. 이 시절 두보는 앞으로 살아갈 걱정과 잃어버린 가족들에 대한 근심에 잠이 올 리 없었다. 밤하늘에 총총한 별과 그 밑으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달이 솟아오르자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장으로 온 세상에 이름을 떨쳤건만 지금은 홀로 내팽겨진 늙고 병든 나그네 신세다. 하늘처럼 높고 땅만큼 넓으며 강처럼 끝없이 긴 이 세상길을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의 신세가 강가 모래밭에 홀로 잠이 든 갈매기와 같다고 탄식한다. *危檣(위장) ; 위태롭게 높은 돛대 *著(저) ; 나타나다, 두드러지다 *飄(표) ;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바람, 방랑하다.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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