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因雪示衆(대설) 큰 눈(2/5)
[한시감상]因雪示衆(대설) 큰 눈(2/5)
  • by 양돈타임스
因雪示衆(대설) 큰 눈
申欽(신흠, 1566~1628)

塡壑埋山極目同(전학매산극목동)
골을 메우고 산을 덮어, 보이느니 모두 한 가지
瓊瑤世界水晶宮(경요세계수정궁)
아름다운 옥빛 세상에 맑고 깨끗한 수정궁
人間畵史知無數(인간화사지무수)
세상에 뛰어난 화가들 수 없이 많겠지만
難寫陰陽變化功(난사음양변화공)
음양의 조화를 바꾸는 신공은 그리지 못 하리

하얀 눈세계를 떠올려 보자. 눈이 골짜기를 다 메우고 산을 묻어서 온 세상이 평평한 설원(雪原)으로 보인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데까지 모두가 똑 같다. 이 광경을 누가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겠는가? 그냥 하얀 종이 그대로인 걸. 이 세상에서 아무리 유명한 화가일지라도 이러한 음양의 조화를 모두 없애버린 순백의 모습을 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은 음과 양이 섞여 있어야 비로소 모습을 가진다. 전부다 음이거나 온통 양이면 인간으로서는 감지(感知)할 수 없는 비현실이 된다. 낮은 곳이 있어서 비로소 높은 것이 생기고, 어둠이 있어야 밝음도 보이는 법. 흑백논리는 배척이 아닌 공존(共存)의 논리가 되어야 한다. *塡壑(전학) ; 메꿀 전, 골짜기 학 *埋(매) ; 묻다, 메우다 *極目(극목) ; 눈으로 볼 수 있는 한도 *瓊瑤(경요) ; 아름다운 옥.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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