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雪屋(설옥) 눈 오는 날 집에서(1/15)
[한시감상]雪屋(설옥) 눈 오는 날 집에서(1/15)
  • by 양돈타임스
[한시감상]雪屋(설옥) 눈 오는 날 집에서
田琦(전기, 1825~1854)

門外屐痕過訪疎(문외극흔과방소)
문 밖의 신발자국 보니 오간 사람 드물고
半庭積雪映窓虛(반정적설영창허)
뜰 한쪽에 쌓인 눈이 창문을 살짝 비춘다
土爐火冷黃昏近(토로화냉황혼근)
화롯불 식었으니 황혼이 다 돼 가는데
猶自床頭勘古書(유자상두감고서)
아직도 상머리에 앉아 옛 책을 헤아린다

강원도처럼 많이 오는 눈은 아니다. 문 밖의 길 위에는 찾아오거니 지나간 사람이 드물어 눈 위로 나막신 자국이 몇 개 안 찍혔다. 집 안을 돌아보면, 사람 다니는 쪽을 쓸어 마당 한쪽으로 쌓아놓은 눈이 햇빛을 반사해 창문을 비춘다. 구들장은 미지근하고 화롯불도 이미 식은 걸 보니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가는 것 같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딱히 가야할 곳도 없으니 이 선비는 하루 종일 옛 책을 들여다보며 성현의 뜻을 헤아렸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 짓느라 아랫목이 다시 따뜻해 질 것이고, 과거 공부도 아닌데 굳이 등잔 심지 올리며 책 읽을 이유가 있나?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지. 19세기, 조선 선비의 하루 일과다. *田琦(전기) ; 조선 후기 화가, 추사 김정희의 제자, 중인으로 한약방 운영 *屐(극) ; 나막신, 鞋(혜)는 짚신 *勘(감) ; 헤아리다, 조사하다.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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