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敵, 나쁜 것만은 아니다(12/14)
[김오환칼럼]敵, 나쁜 것만은 아니다(12/14)
  • by 양돈타임스
[김오환칼럼]敵,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양돈타임스 대표〉

양돈의 적은 질병과 고약한 냄새
‘친환경’ 이루지 않곤 지속 불투명

그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했다 사라졌다. 그 생명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그 생명체를 죽이려는, ‘적(敵)’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 생명체는 적을 이기기(극복) 위해 조금씩 진화했을 것이다. 아마 적이 없었다면 그 생명체는 공룡처럼 사라졌을지 모른다.
태초의 인간은, 인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자연(自然)이라는 ‘적’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도구를 개발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불(火)을 발견했고, 철(鐵)을 개발하면서 진화하고 문명의 길에 서서히 들어선 것이다. 요즘에도 생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이라는 적과 싸우면서 평균 수명을 늘려가고 있고, 새로운 기기(機器)와 기술을 끊임없이 창출해내면서 노동, 생활의 불편함의 적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적’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적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또한 적은 잘못과 과오를 깨우쳐주는 채찍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고맙고 감사한 존재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적을 찾을 수 없고 적에게서 배울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양돈에서의 적(敵)은 무엇인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질병과 냄새 등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2가지 현안이다. 만약, 돼지에 질병이 없다면 양돈업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돈 벌기는커녕 적자 나는 산업일 것이다. 돼지가 질병 없이 잘 커 튼튼하게 출하까지 된다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것이 분명해서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돼지에게 질병이란 적이 ‘있기’ 때문에 양돈은 수익 나는 산업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하나가 냄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양돈은 수지맞은 산업이다. 그럼에도 냄새, 악취라는 적 때문에 진퇴를 고민하고 있다.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이것 때문에 일부 농가는 양돈업을 포기하고 있다.
오늘날 양돈업은 이처럼 외부로부터 전파되는 질병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냄새 저감이라는 친환경이란 적과 싸우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안팎에서 호된 질타를 받으면서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앞으로의 양돈업 운명은 이들과의 싸움에서 극복하느냐, 지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들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는, 중소규모의 양돈장보다는 대군(大群)농장에서 이끌어줘야 승산이 높다. 대군 농장에서 악취 이기는 사양기술을 개발, 일반 국민들로부터 “양돈업 달라졌네” “돼지 키워도 냄새 괜찮네”라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앞장서줬으면 한다. 질병이나 악취보다 더 강한 적, ‘친환경’이라는 ‘거산’이 양돈업의 미래를 막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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