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한국 양돈업 발전기? 성숙기?(11/23)
[김오환칼럼]한국 양돈업 발전기? 성숙기?(11/23)
  • by 양돈타임스
[김오환칼럼]한국 양돈업 발전기? 성숙기?
〈양돈타임스 대표〉

구제역과 FTA로 혼란기 지나가
선진국과 경쟁서 완패 안 당해

한 개인이나 기업, 산업, 국가 등을 보면 태동기 발전기 성숙기 정체기 퇴보기를 거친다. 태동기에는 온갖 난관과 좌절을 겪으면서 넘어지다 다시 일어선다. 이것저것 배우기 여념이 없다. 발전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며 하나하나 몸에 읽혀간다.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며 바쁘고 정신도 없다.
그러다 성숙기에 들어서면 커피 시간도 있고 잠시라도 뒤를 돌아볼 여유도 있다. 하나 둘씩 문제점이 보이고 앞으로 어떻게 나갈지 고민이 깊어진다. 자신감이 충만한 반면 슬슬 게을러지고 딴 눈 팔기도 한다. 가끔은 자만, 거만, 오만도 눈에 띈다. 정체기와 퇴보기는 의욕이 없기보다 안정에 비중 둔다. 평년작에 만족한다.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서서히 내려간다.
한국 양돈업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태동기는 1970년 중후반이다. 집집마다 1~2마리 키우는 양돈에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때다. 돼지 값은 폭락했고, 이로써 자녀들 학비나 명절 때 용돈이나 벌려고 돼지 키운 농가들은 손을 뗀다. 기업과 양돈을 업(業)으로 삼은 농가들이 혼재하다 축산업 기업 금지가 법으로 명시된 1989년까지가 태동기다.
이후 한국 양돈이 발전기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돼지를 키우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기업 양돈과의 경쟁에서 맷집이 단련된 농가들은 규모를 늘리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배짱도 두둑해졌다. 당차게도 이들은 돼지고기 일본 수출에 눈을 돌린다. 기회가 왔다. 일본 돈육 수출 1위인 타이완이 구제역 발생(1997년)으로 수출이 중단된 것이다. 98~99년 대일 돈육 수출은 사상최고를 기록한다. 이에 힘 받은 한국은 日 돈육 수출 증가를 위해 돼지 열병 근절 운동을 펼친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2000년 3월 구제역 발생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국내 공급 물량이 넘쳐나 가격은 폭락했고 설상가상으로 돼지 질병까지 극성, 한국 양돈은 ‘발전 속 혼란기’였다. 수익은 차치하고 살아남은 게 양돈 목표였다. 더욱이 FTA까지 추진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수십명이 폐업하는 달(月)도 있을 만큼 ‘초근목피’로 연명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 혼란은 한번은 겪어야 할 홍역이었다. 되돌아보면 양돈업이 농축산업 가운데 국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에서 FTA로 거세게 흔든 것이다. 또 하나는 2008년 금융 위기였는데 이는 ‘속이 빈’ 양돈장을 퇴출케 했다. 이 둘이, 혼란과 혼돈 속의 양돈을 평정했다. 그 흔듦 속에서 살아남은 농가들이 지금, 양돈업 발전 기틀을 다지고 또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발전 기틀이 완성됐다고 할 수 없다. 해가 다르게 양돈 선진국들도 달라지고 있고, 따라갔다고 생각하면 벌써 한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료 종돈 등 양돈 관련업계와 농가들의 피 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격이나 품질 등에서 이들과 막상막하여야만 발전기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몇해 한돈 가격이 좋았다 해서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하기에는 그렇다. 한국 양돈업이 성숙기에 접어들 수 있도록 양돈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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