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농가와 유통업체는 ‘순망치한’(11/9)
[김오환칼럼]농가와 유통업체는 ‘순망치한’(11/9)
  • by 양돈타임스
[김오환칼럼]농가와 유통업체는 ‘순망치한’
〈양돈타임스 대표〉

돈육 수입 자유화…자급률 중요
등급제 시행 후 개선점 찾길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성어가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밀접하여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보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필자더러 둘 가운데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한다면 입술을 선택하고자 한다. 잇몸도 있고, 혀를 이리저리 돌려서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있지만 입술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치아라도 하루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또한 틀니도 있고 임플란트로 치아를 복원할 수 있어 입술이 더 소중할 것 같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가 되고 입술이 된다. 입술이 될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이의 처지에서는 입술한테 잘해줘야 한다. 특히 상거래에서 그렇다. 입술이 심술을 부리면 치아만 갑갑하고 피해볼 수 있어서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업 관점에서 보면 농가는 이(齒)다. 사료 종돈 동물약품 기자재 등 중간 생산재가 입술 역할하면서 돼지를 보호하고 사육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사료 등 중간 생산재 업체가 많아 입술의 고마움을 몰라서 그렇지, 만에 하나 이들이 전국에 하나라고 가정한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들 못지않게 농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심을 쏟고 배려해야 할 입술은 한돈 유통업체다. 그 중에서도 2, 3차 한돈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한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시대, 이들이 한돈을 취급하지 않고 수입육을 다룬다고 생각해보자. 끔찍해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서 필자는 농가들에게 한돈 유통업체와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찾았으면 한다. 물론 한돈 가격이 하락했을 때 몇몇 유통업체들의 횡포와 농간으로 농가들의 피해와 손실이 없지 않았다. 반면 한돈이 높았을 때 그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한돈을 구매, 한돈시장 관리에 노력했다. 이런 이해(利害) 과정을 반복하면서 한돈업은 여기까지 왔다.
문제는 미래 한돈시장이다. 해가 갈수록 한돈 자급률은 하락하고 있다. 70%선도 위협받고 있다. 돈육 수입시장은 가랑비에 옷 적시듯이 서서히 깊고, 그리고 넓어질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대안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유통업체와의 상생이다.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시대 유통업체들은 가격은 물론 규격과 품질이 일정하고, 관리가 편한 수입 돈육에 눈(眼)이 갈 것이다. 하루아침에 수입돈육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된 수입돈육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입술과 이가 서로 튼튼해야 몸도 건강하다. 한쪽만 쌩쌩해선 제대로 된 몸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말인데 한돈 정산 기준을 탕박 등급제로의 전환에 대해 합의하면서 파생된 문제점은 수정해갔으면 한다. 농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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