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환칼럼]‘메기’론을 또 다시 생각하며(11/2)
[김오환칼럼]‘메기’론을 또 다시 생각하며(11/2)
  • by 양돈타임스
[김오환칼럼]‘메기’론을 또 다시 생각하며

〈양돈타임스 대표〉

경쟁자 이겨내고 한돈 위상 구축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래 준비를

시장 개방론자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장한 논리 중의 하나가 ‘메기’론이다. 미꾸라지만 있는 연못에서 미꾸라지가 운동 부족으로 퇴화할 수 있기 때문에 메기를 투입, 미꾸라지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치열한 경쟁 시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긴장과 자극, 위기의식 같은 적절한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 양돈업은 이러한 ‘메기론’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실시됐다. 국내 돼지 값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수입하는 것이 쇠고기였다. 수입 쇠고기와 삼겹살 가격 차이를 크게 두지 않음으로써 돼지 값을 견제해왔다. 그러다 UR이 타결되고 FTA가 시행되면서 그런 견제는 갈수록 강해졌고, 견제 대상 폭도 넓어졌다. 심지어는 삼겹살 무관세 수입이라는 ‘메기’ 아닌 ‘쏘가리’까지 들어왔다.
오늘날 한돈산업은 이렇게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한국 대표 축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소위 ‘김영란법’에 크게 저촉되지 않은데다, 20~30대 여성들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대다수 남성들은 소주 안주로 한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원로 양돈인 말(씀)마 따나 ‘한국에서 한돈업 빼고 잘 나가는 업종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웬지 불안하다. 싸워야 할 상대가 있어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요즘에는 다소 이완되고 느긋한 느낌이다. 한돈의 ‘경쟁자’가 없어서다. 당분간 수입 쇠고기나 수입 돈육은 한돈의 상대가 되기 힘들 것 같다. 문제는 한돈업 내부다.
그래서 필자가 여러 양돈인에게 여쭤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다양한 답변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재미있고 관심을 끄는 ‘명답’이 있었다. 10년 후 한돈산업을 전망한다는 것이었다. 2~3년 전망도 어려운데 10년 후(2025년) 한돈산업을 내다본다는 것은 어렵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연구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도 동의하면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보면서 하나하나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새로 등장할 ‘메기’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명답은 양돈농가였다. 덴마크나 미국 등 선진 양돈농가를 ‘메기’로 인식하고 농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MSY 1마리 늘리기를 목표로 세우고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그는 집중하면 MSY 1마리 늘리기가 생각보다 쉽다고 말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 했다. 호시절만 없다는 말이다. 최근 출하동향을 전망하는 경영 프로그램을 보면 출하두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안정적인 한돈이 내리막길에 들어설 여지가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메기’ 이론이 오늘날 한돈산업을 비유하는데 다시 한번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농가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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