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발생 그후 60일 파주를 가다(6월27일자)
구제역발생 그후 60일 파주를 가다(6월27일자)
  • by 양돈타임즈
파주 양돈농가 정신적, 경제적 고통 호소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온나라를 시끄럽게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얼마동안 시끄럽게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었던 소동도 지금은 잠잠하다.
올해 3월 20일경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에 있는 젖소농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구제역은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인정하는 A급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34년에 북한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았던 구제역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 두 개 달린 가축에게만 발생되는 걸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아구창으로 불리는 이 병은 가축들에게는 치사율이 아주 높아서 가축의 에이즈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급성 전염병인 이 병에 감염된 가축은 48시간안에 입과 발굽 등에 수포 염증이 생겨나며 치사율이 높은데, 돼지의 경우에는 50-60%, 소의 경우에는 5-7%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기와 물이나 사료 또는 피부 접촉 등에 의한 전염성 이 아주 높으며,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그래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여러 나라들에서는 일단 발병되면 그 주변 3㎞ 이내 지역에서 사육하던 동물들은 도살하여 매장하거나 소각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위험한 전염병인 구제역이 66년만에 또다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온나라를 휘저으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제 두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잠잠해졌다.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구제역 파동을 처음
발생부터 지난 두달동안의 진행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2000년 3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금파1리에서 15마리의 젖소를 키우던 김영규 씨의 농장에서 처음으로 젖소 2마리가 사료를 잘 먹지않고 거품섞인 침을 흘리면서 혀와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이 발견되었다.
처음 2마리에서 나타난 증상은 사흘이 지나가자 축사 안 모든 소들에게서 같은 증상이 나타났고, 김씨는 파주시와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서부지소에 신고하였다. 국립수의과학 검역원과 경기도 축산위생 연구소는 25일 발병한 젖소의 혈액과 타액, 각피 등을 채취하여 검사한 결과 '의사 구제역'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밀 검사로 정확한 병명이 밝혀질 때까지 일단은 '수포성 가축질병'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긴급 방역회의를 열어 구제역에 준한 조치를 하기로 하고 김영규 씨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거나 뒤이어 발생한 지역들인 경기도 파주나 충청도 홍성 등은 비교적 서해안에서 가까운 지역들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매체들이 처음에는 중국의 황사를 발생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제역은 다른 전염병보다도 전파속도가 빠르고 공기나 물을 통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 발병한 곳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정밀하게 해야만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아낼 수가 있는데 아직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추측과 주장만 난무하다보면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아내기가 더욱 힘이 들 수밖 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축산물 유통 속도는 아침 나절에 경기도 파주에서 소를 사서 저녁 나절에는 충남 홍성에서 팔 정도로 빠르고 기동력이 있기 때문에 발병 지역만 가지고는 발생원인을 추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제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던 때부터 60여일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농림부와 방역당국을 비롯하여 축산물 담당공무원과 각 지역 공무원들은 구제역을 없애기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한 결과 두달이 지난 지금은 잠잠해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국민들과 언론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단지 지나간 한 때의 사건으로 처리되고 잊혀져 간다면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 파동을 또다시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본지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한지 두달이 지난 5월 27일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던 파주면 금파리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양돈업에 종사하고 있는 양돈농가 대표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문산에 있는 음식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서 미리 연락해두었던 파주 양돈농가를 대표하는 여섯분을 통일공원 휴게소에서 만났다. 처음 연락이 된 분은 양돈 영농조합법인인 파주돼지 인공수정센타 대표를 맡고 있는 장석철(41세) 씨였다. 장석철 씨와 함께 파주지역 구제역 비상대책 위원들인 다섯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마산리에서는 나기영(33세) 씨와 김효원(37세) 씨가, 두포리에서는 김수현(47세) 씨가 나왔고,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던 금파리에서는 임종승(46세) 씨가 자리를 함께 하였다. 이분들과 함께 통일공원 휴게실에 모여서 구
제역 발생 두달이 지난 현재 양돈양돈농가의 실상을 들어보았다. 이 자리에 나온 양돈농민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던 파주 금파리를 비롯하여 파평면 일대에서 대규모로 돼지를 사육하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이분들은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소보다는 돼지의 피해가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소 피해만을 언급하고 있는 언론과 관의 행위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먼저 이 자리에 모인 양돈농가의 양돈 사육수를 살펴보았다. 장석철 씨는 파주 파평면 눌노리에서 돼지 2000두를 사육하고 있었고, 금파리에서 오신 박귀성 님은 1500두, 같은 금파리에서 오신 임종승 님은 1000두, 두포리에서 오신 김수현 님은 1000두, 마산리에서 오신 김효원 님은 800두, 같은 마산리에서 오신 나기영 님은 900두를 사육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마산리에서만 윤종관 1500두, 유상호 1000두, 임병훈 1100두, 정지복 800두를 사육하고 있고, 금파리의 정만영 800두를 사육하고 있었다.) 이 분들과 구제역이 발생하던 시기부터 현재 상황까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이 분들이 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싣고자 한다.

[문] 구제역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아직 구체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황사나 수입사료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일부 학자들이나 언론에서는 중국의 황사에 의한 전염을 발생요인의 하나로 들고 있지만 경험상으로 보면 그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그것보다는 전염병이 나도는 지역이나 오염된 지역을 여행한 관광객들이 그곳에서 휴대하고 온 육류로 인한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특히 대만 등 동남아지역은 주요 발생지역이어서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에 의한 전염 문제는 가능성이 큰데도 전혀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또한 특정 사료 중 양양소 결핍이나 기타 문제도 한번 생각해볼 점이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튼 발생원인 조사에 있어서 농림부와 검역원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까지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걸로 안다.

[문] 현재 가장 고통을 당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 규제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우선 수매문제도 불만이 많다. 지역 도살장에서 도축했을 때 다른 지역보다도 두당 2-3만원이 낮게 수매가 되고 있다. 그래서 발생지역 내의 사육농가들은 두당 2-3만원씩 손해를 보아야만 한다. 또 백신 접종을 하면 항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근 한달간 기다려야 하는데 이에 따른 손해가 크다.
다음으로 돼지똥(돈분) 처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겪는 문제도 있다. 또 현재 돼지 사육농가의 85%가 하는 인공수정도 금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114일에 이르는 돼지 임신기간을 생각하면 30-40일 동안 수정을 하
지 못하게 하는 경우 다음 해에 돼지고기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 출하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겪는 손실은 어느 정도인가?
- 돼지 10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는 월 출하두수가 180마리인데 한달만 통제해도 이만큼 돼지를 출하하지 못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
돼지는 보통 100Kg 내외에서 출하하는데 출하를 하지 못하니 과체중으로 인한 문제도 일어난다. 소는 덩치가 더 커지더라도 도축시기를 늦추어 출하량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돼지는 과체중으로 인해 제 때 도축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출하량을 조절하기가 힘들다. 돼지는 100Kg이 넘어가면 육질이 떨어져서 가격이 내려가고, 또 사료소비는 많아지는 대신에 무게는 늘지않아서 계속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일정크기가 되면 빨리 도축을 해야 한다.

[문] 그 외의 문제점을 든다면?
- 지역이 전염병 감염지역으로 알려져서 다른 지역과 교류가 되지않아 소외되고 있으며,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타격으로 가정에서 불화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살처분이라고 본다. 폐돈을 수매하여 무조건 땅에 파묻고 있는데 토양 훼손과 수질 오염 등, 그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병든 동물들을 무조건 땅에 파묻는 정책은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다. 우선은 환경단체들의 조사와 항의도 무시할 수가 없지만 그것보다는 정부의 대책이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문] 살처분에 대해 그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현재 정부에서는 감염된 걸로 의심이 드는 소와 돼지 등을 무조건 땅에 파묻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토양 훼손도 문제이고, 물 오염 등도 문제이지만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구제역은 이미 학계에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처럼 무해함를 입증한다면서 지난 3월 30일에는 김동근 농림부 차관과 송달용 파주 시장이 구제역 발생지인 금파리에서 가져온 쇠고기 육회와 우유를 먹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감염이 의심되는 소와 돼지를 땅에 파묻기만 하는가? 지금도 경제적으
로 궁핍한 곳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가령 이들 축산물들을 도살하여 양로원이나 고아원으로 보내줄 수도 있지 않은가? 또 군부대에 공급한다든지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냉동시켜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줄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무해하다고 하면서, 그리고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무조건 묻기만 하는 행정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위험성만을 들어서 무조건 반경3km 이내 동물을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행정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문] 정부의 탁상행정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하나의 예를 들어 말해달라.
- 농가 현실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씨돼지(모돈)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지금 현재 생계비로 3개월치를 보상해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입식을 하여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1년에서 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소도 비육우는 짧은 기간 보상을 해도 괜찮지만, 유질이 좋은 젖소나 육질이 좋은 씨돼지(모돈)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3개월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이로 인해 정성들여 사육하던 씨돼지(종돈)를 살처분받은 농가들은 단지 시가로 보상하는 방식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좋은 종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축산농가에서는 제대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살처분 등으로 크게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한 농가에서는 다음번에 또 사육 하던 소나 돼지에서 구제역 같은 병이 발병한다 해도 신고를 하지않고 숨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손해를 적게 보는 방법이 될 테니까.

[문]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도 정부의 행정과 조치가 긴급하게 제대로 잘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열심히 일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몸으로 뛰는 행정이 필요하고 피부에 와닿는 행정이 필요한데 그렇지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이웃인 대만과 중국,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주변 국가에서 발생했고 전염성이 강하다면 미리 방역대책을 세워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예를 보면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철저하게 발생 지역을 통제하고 정부 발표 이외에는 추측 보도 등을 하지 못하도록 언론에 협조를 요청하고 또 언론에서는 이를 따름으로써 일사불란하게 철저한 방역이 이루어졌다. 또 언론의 보도도 정부의 발표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보도함으로써 그 지역 이외의 사람들은 구제역 발생 사실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국민들에게 전혀 불안의식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 대만에서는 오염된 가축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철저한 보상처리를 하여 사육농가들의 불만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신속한 대책을 세우고 지역 통제 및 방제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자들이 구제역 발생지역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기사를 썼고, 일부 언론들은 흥미위주로 과장된 보도를 함으로써 엄청난 심리적 불안감을 국민들에게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로 인해 축산물의 판매 중단이나 소비 축소로 이어짐으로써 사육농가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문] 언론에 대한 불만이 대단한데?
- 이번 사태를 보면 언론이 더 문제를 키우고 만들었다. 우선 올바른 보도를 하지않고 흥미위주로 보도를 했다. 특히 문화방송과 동아일보가 잘못된 보도를 하여 양돈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돼지에게서는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대만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돼지들을 파묻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마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방영한다든지, 처음 소에게서만 발병했는데도 돼지에게서도 발병한 것으로 보도하거나 인체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보도하여 돼지고기 판매가 급감하도록 한 것 등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많이 있었다.
이러한 잘못된 보도 때문에 양돈농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들 언론을 상대로 정말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내고 싶다.

[문] 농림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농림부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 운영을 투명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지난 4월달에도 아주 늦게 4월 24일이 되어서야 5월달 수매 계획이 내려왔는데, 이번 5월달에는 27일 현재 6월분 수매 계획이 내려오지 않았다. 이렇게 계획없이 땜질식으로 하는 행정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강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출하나 구입, 자유 판매 등에 있어서 정부 정책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많고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문] 백신 접종에 대한 문제는 없나?
-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농가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있다. 1차 접종에서 보면 무차별적으로 접종을 하였다. 갓 태어난 돼지들도 가리지않고 접종을 하였다. 사전 조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30일간 출하를 못하게 되어서 식육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더욱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에 따른 보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문] 일본으로 수출하던 물량이 중단되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 우리나라는 일년에 약 8만톤의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돼지고기수입량이 일년에 14만톤이나 되니까 수출이 안되어도 수입을 줄이고 판매만 제대로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로 인해 우리나라 돼지고기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수출물량 8만톤은 수매가격으로는 1600억원어치다. 2년동안 수출량을 수매로 처리한다 해도 3000억원 가량의 돈만 있으면 된다. 정부가 구제역 대책에서 살처분하고 보상금으로 돈을 주기보다는 그 보상비용을 수매로 처리하여 이 물량만큼 더 수매해준다면 정부와 양돈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수매한 물량은 양로원, 고아원, 군부대의 급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에 지원해도 될 것이다.

[문]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 양돈농가들도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자립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도 양돈농가들의 사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돈농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를 위해서 일해줄 정치인을 후원해줄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출하할 때 마리당 500-1000원 정도의 자조금을 걷는 방법을 의논해볼 생각이다.

[문] 이러한 피해를 당하고나서 업종 전환을 생각한 적이 있나?
- 없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양돈 경력 20여년이 된 사람들이다. 성장하고 나서 양돈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제와서 힘들다고 어떻게 전업을 생각하나? 생각해본 적도 없고 또 전업을 할 생각도 없다. 힘들더라도 자식대까지 이어서 계속할 생각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업종별로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열심히 공부하면서 더 나은 경영을 할려고 하고 있다.

긴 시간 좌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양돈생산농민 일행들과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들이 차을 타고 떠나갈 때 문득 아침에 집을 나올 때 하늘을 쳐다보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아침에 집을 나설려고 현관문을 여니 가랑비가 흩날리듯 내리고 있었다. 집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꾸무럭한 모습이 하루종일 가랑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지나면 맑은 날씨가 될 것도 같았다.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우산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산을 들고 다니기가 귀찮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우산에 손이 가지를 않았다. 그러나 만일을 위한 대비를 안하여서 고통을 겪느니 귀찮더라도 우산을 갖고가는 것이 옷도 버리지 않고 비도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우산을 꺼내들고 집을 나섰다. 오전 내내 돌아다닐 때는 비가 내려 우산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문산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비가 흩날리듯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밖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나올 때 깜박 잊고 갖고간 우산을 식당에 놓고 왔다가 다시 가져오기까지 했다.
이제 우산이 귀찮은 존재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다.
집에서 나올 때 비가 올 듯 하다고 하여 비도 오지 않는데 하루종일 우산을 들고다닌 경험을 한 적도 있었고, 그와 반대로 하늘을 보고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하여 갖고 나오던 우산을 귀찮다고 도로 집에 놓고 나왔다가 하루종일 비를 맞고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귀찮더라도 준비를 해둔 쪽이 나에게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우리 생활도 그런게 아닐까. 귀찮더라도 만일을 위해 대비를 해놓으면 일이 정작 터졌을 때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 일이 없을 때는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하면서 배우고 도움받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문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에는 비가 그친 탓인지 차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있었다. 차 속에 앉아 지나간 신문기사와 잡지에 난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3월 25일을 전후로 하여 신문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큰 사건처럼 보도하고 있었다. 가축의 흑사병이니 가축의 에이즈병이니 하는 글자들은 섬뜻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아울러 외국의 사례 등도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전달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동물들에게 이렇게까지 위험한 병이라면 좀더 신중한 보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저 멀리 검문소가 보였다. 이제까지 우리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안에서 돌아다닌 것임을 실감나게 해주는 검문소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이곳은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너무 바쁘고 다른 큰 일이 많이 생겨서인지 요사이 신문에서는 구제역에 대한 기사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는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군경이 검문을 하고있는 곳을 조금 지나 차를 멈추었다.
그리고 아직도 구제역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고나서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하면서 '학자보다는 생산자나 경험자에서 축산행정담당자가 나와야 탁상행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던 양돈농가 사람들의 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그분들의 여러 가지 주장을 다시 정리하다보니 우리나라 축산 정책을 담당하시는 담당자들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생산농가들의 의견을 좀더 진지하게 들어보아야만 제대로 된 정책이 제시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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