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프롤로그]생산성과 친환경 조화는 시대적 과제(1/4)
[신년특집-프롤로그]생산성과 친환경 조화는 시대적 과제(1/4)
  • by 양돈타임스
친환경 시대, 한국 양돈이 가야할 길
[신년특집-프롤로그]생산성과 친환경 조화는 시대적 과제

수입 자유화 후 20년간 성적이 ‘화두’
질병·안전성 우려에 ‘공장 축산’ 문제
분뇨, 수질·토양·대기 오염원 지목도
유럽연합 1960~70년대부터 준비 시작
친환경도 축산 지속 위한 불가피한 선택
냄새 저감 등 정부 차원서 협력-지원 필수

지난해 우리 양돈산업은 시장 개방 20주년을 맞았다. 이 말인즉슨 밀려오는 수입산 돼지고기의 공습 속에 우리 한돈의 경쟁력을 한 단계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성을 최대 과제로 삼아온 세월이 20년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과제가, 시대적 흐름이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친환경의 가치를 한돈산업에도 접목시켜야 한다는 요구들이며 이제 이 같은 요구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생산성과 친환경의 가치는 충돌하고 엇나가고 때론 다른 지향을 갖는다. 여전히 국제적 수준의 생산성 제고라는 숙제를 끝내지 못한 한국 양돈산업으로서는 좀처럼 갈피를 잡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갈 길도 멀기만 한 듯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돈의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성이 생산성 제고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회의=어떤 분야에서건 새로운 흐름과 요구가 나오게 되는 것은 기존 질서, 방식에 대한 반성과 문제제기에서 시작된다. 친환경 축산, 양돈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터져 나온 것 역시 지금의 생산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공장식 축산업이라 불리는 생산방식이다. 공장식 축산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의 가축을 집약적으로 사육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육류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최적화된 사육방식이다.
돼지고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축산업은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형화하고 경제성과 효율을 최대 가치를 삼게 되는 지금의 생산 방식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문제였다. 그 이전 부업 형태의 가축 사육형태에서는 농경지로 환원하기에도 부족해 가축사육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공장식 축산은 단위 면적당 사육두수를 최대화하면서 분뇨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해 그 처리 과정에서 수질, 토양, 대기 오염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비단 환경오염에서 그치지 않았다. 단위 면적당 최대 두수를 수용해야 하면서 일상적으로 밀사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동물 입장에서도 결코 쾌적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대규모 가축 전염병의 문제도 함께 가져왔다. 2010년의 구제역으로 전국 돼지 사육두수의 1/3을 묻었던 경험이 우리에게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대규모의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일상적인 질병의 발생과 이로 인한 항생제 사용과 생산성 저하와 같은 문제들도 파생시켰다. 더 나아가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이 인간에게까지 해가 될 수 있는 질병 역시 공장식 축산의 결과로 지목되면서 지금까지의 생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친환경 시대의 요구=친환경 축산업이란 환경 친화적으로 건강하게 가축을 사육해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한돈산업에 있어서 친환경 시대가 주는 과제는 두 가지 영역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가 악취를 포함한 가축분뇨 문제다. 분뇨 처리가 양돈장의 의무가 된 것은 정부가 가축분뇨 관리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한 91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현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05년 악취 방지법 제정과 12년 분뇨 해양배출 전면 금지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분뇨에 의한 악취 민원이 급증, 양돈장의 존폐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안전성과 더 나아가 동물복지를 통한 생명윤리의 실현까지 요구받고 있다. 물론 결정적인 발단은 고병원성 AI와 이로 인한 대량 살처분, 그리고 살충제 계란 파동이었다. 그러나 이는 양돈을 포함한 전체 축산업의 현 생산 방식에 대해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현재 축산업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게 된 것이다. 동물복지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현재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회의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친환경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냄새 등 가축분뇨 문제는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당장 올해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양돈장들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한 것이 여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가축분뇨 자원화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최근 민원을 유발하고 양돈장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악취문제에 대한 대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악취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양돈장과 지역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악취는 사료, 돈사 형태, 분뇨처리 및 환경관리 등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달리 나타나고 그 차이가 커 특히 양돈장 차원에서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농장 차원에서 그칠 문제는 아니다. 악취저감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절실히 필요하며 여기에는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 단체, 연구기관 등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친환경 시대에 분뇨의 자원화만으로는 분뇨 문제가 지속적으로 양돈산업의 입지를 위협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분뇨를 처치 곤란의 대상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 시대에 필수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안전성과 동물복지의 문제는 더 근본적인 사육방식의 개선을 요구한다. 때문에 더 많은 준비와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동물복지에 있어서는 시설 투자나 관련 기술 등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문제다. 동물복지에 대한 농가들의 입장과 소비자들의 요구 정도가 같을 수 없고 또 필연적으로 동물복지의 결과로 축산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질문해봐야 한다. EU의 경우 동물복지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이미 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책적 제도적으로도 오랜 기간 시행착오와 보완을 거쳤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듯 친환경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은 멀기만 한 듯 보인다. 특히 여전히 국제적 수준의 생산성 제고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양돈업으로서는 어떻게 두 과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지가 또 다른 과제다. 그럼에도 친환경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생산성 제고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결국 친환경 시대의 한국 양돈산업의 지향점 역시 지속 가능성인 셈이며 이를 위해 어떻게 한국 양돈산업에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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