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변화 적응 따라 생산성 격차 클 듯(5/11)
[창간특집]변화 적응 따라 생산성 격차 클 듯(5/11)
  • by 양돈타임스
10년 전과 10년 후의 한국 양돈산업
[창간특집]변화 적응 따라 생산성 격차 클 듯

이일석 이사 / (주)카길애그리퓨리나

구조조정 거치며 규모화·전문화 가속
1-2세대 공감·소통해야 지속 성장
계열화, 기술 진보 이끌면서 갈등 유발도
소비자에게 한돈 우수성과 신뢰 지속을

세상이 뒤바뀌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주변의 식당이 어느 날 간판을 달고 다시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다른 간판으로 바꿔 다는데 걸리는 시간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지난해 쎈돌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로 주목 받았던 알파고의 탄생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의 진화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속화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빅데이터의 대중화와 인공지능, 합성 생물학과 스마트 의료, 자율주행과 로봇공학 등 혁신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러한 첨단기술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세상이 되었다.
과연 한돈산업은 어떠한가? 다른 산업분야에서 보이는 눈부신 기술의 발전에 비하면 훨씬 느려 보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돈농가들은 얼리어답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것은 60대 이상의 농장주가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할 만큼 고령화 되어 있고 기존 시설의 변경에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거나 신중하고 보수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돈산업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양적 질적인 성장과 변화는 만만하게 생각할 정도의 수준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준다. 즉, 아래 표에서 보듯이 현재 한돈 농가수는 10년 전에 비하여 절반이 훨씬 넘게 감소했고 주로 1천두 이하의 소규모 농가들이 대폭 줄었다. 그 결과 규모화가 진행되면서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10년새 2.5배 이상 커졌다.
과거 10년간의 변화를 연장하여 향후 10년 후의 한돈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지 단순히 수치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한돈 농가수는 해마다 8% 이상 감소하여 약 2천호 전후가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호당 사육두수는 매년 10% 이상 증가되어 농가당 6천두에 육박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 계산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를 수 있겠으나 현재 50대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70%를 넘고 양돈업에 종사할 2세의 참여율은 30% 초반에 불과한 상황으로 양돈업에 대한 계승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10년 이내에 상당수의 농가들이 매각 또는 폐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양돈사업의 특징은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없이 성장하기 어렵고 생산성에 따르는 수익성도 지렛대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농가의 경영 상황도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분뇨 및 환경 문제, 무허가 축사 규제, 방역 정책과 관련된 농가 압박은 투자 여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농가들을 당장 구조 조정의 대상으로 내몰게 될 수 있다.
이러한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도전과 변화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새로운 기술 도입, 사양관리, 방역 관리 시스템 적용 등 변화에 대한 적응 여부에 따라 농가의 생산성 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이고 경쟁력 있는 농가와 그렇지 못한 농가의 승패가 명확히 구분될 것이다. 이는 농장의 구조조정 시기와 맞물려 농장간의 인수합병이 매우 빨라지고 규모화와 전문화를 가속화 시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2세대로의 전환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한돈 경영의 자동화와 전문화가 빨라지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1세대가 가진 사업 철학과 2세 경영자의 새로운 시도가 결합하여 성공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일이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수직계열화 업체의 농장 사업 확대를 통해 한돈산업의 첨단화와 기술적 진보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에 전업농가들의 입지를 축소시킨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농가와의 갈등 상황에 대한 도전도 커질 것이다. 결국 수직 계열화된 기업은 수평계열화를 강화하는 양돈조합과 더욱 규모화 되고 있는 농가들과 큰 축을 이루며 경쟁을 통한 성장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국내에서 돼지고기의 소비와 타 육류 대비 선호도는 지금보다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수입육에 대한 한돈의 경쟁력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에 한돈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입 돈육뿐만 아니라 수입 우육 등 다양한 대체 육류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찌 보면 한돈 소비자들의 선택은 가장 깊이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 몇 년간의 고돈가가 한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한돈의 우수성과 신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곧 미래 한돈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늘 한돈산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하면서 장밋빛 그림보다는 맞닥뜨리게 될 수많은 도전 과제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도전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가 없고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는 문제들이며 그것이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고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10년 후 한돈산업의 변화는 결코 이미 정해져 있는 무엇이 아니다. 결국 한돈농가가 얼마나 한돈의 가치에 대한 공통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느냐에 따라 미래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한돈농가들이 미래의 변화를 단지 두려워하기만 하고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후라이가 되기 위해 깨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달걀이 아닌 스스로 과감히 도전하여 알을 깨고 나와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한 힘찬 날개 짓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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