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달라진 한돈 위상, 정책도 발맞춰야(1/5)
[정책]달라진 한돈 위상, 정책도 발맞춰야(1/5)
  • by 양돈타임스
신년특집-농업 1위 한돈산업, 어떻게 가야하나
[정책]달라진 한돈 위상, 정책도 발맞춰야

FTA 대응 지원에도 농가 1/3로 줄어
시설 현대화 사업 늘려 경쟁력 뒷받침
시장 변동성 확대 따른 소득방안 강구
지속 성장 발전토록 로드맵 제시해야

‘밥심’ 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밥을 먹어 생기는 힘인데 여기서 밥은 먹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가리키기는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이 쌀 밥인 만큼 밥, 쌀 그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에게 쌀은 주요 에너지원이고 대표 먹거리로 대접받고 있기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이 때문에 쌀은 농업 가운데 생산액 1위를 유지했고 정책적으로도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쌀은 주식이자 국민들의 대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식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수급표 자료를 보면 14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이 쌀로부터 얻는 에너지 비율은 24.4%로 지난 80년 49.7%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대신 육류로부터 얻는 에너지 비율은 3.7%서 9.1%로 2.5배 가량 늘었다. 특히 단백질 섭취량(1인당 하루 103g) 가운데 동물성 단백질의 비중은 70년 10.6%서 14년 54.4%로 5배 가량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 소비량은 15년 기준 1인당 22.5㎏으로 전체 육류 소비량(46.8㎏) 중 절반 가량을 차지,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자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돼지고기를 우리 국민의 주요 식량이라 해도 무리는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만큼 이제 한돈은 정책적으로도 주요 식량의 하나로서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거꾸로 가는 정책=이처럼 한돈산업은 그동안 농업 가운데 1위 산업 도약의 기반을 다져가는 동안 분뇨, 냄새 등과 관련된 각종 규제들은 더욱 강화됐다. 물론 한돈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도 지역사회·환경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과도한 규제로 양돈산업이 위축되고 나아가 산업의 기반이 위태롭게 된다면 그건 재고돼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으로 무허가 축사 문제가 그렇다. 전체 양돈농가(9월 기준 4천622호) 가운데 적법화 대상 농가가 68%인 3천158호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들 중 18년 3월 24일까지 1단계로 적법화를 완료해야 하는 농가는 71%(2천248호)에 달하며 전체 양돈농가 가운데서는 48.6%에 해당한다. 전체 양돈농가 중 절반에 가까운 농가들이 현재의 무허가 돈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폐쇄 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적법화 대상 농가 중 대다수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법 개정이후 지금까지 양성화된 돈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양성화 가능 비율은 10~3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무허가 축사에 대해 폐쇄명령까지 가능한 현재의 가축분뇨법이 양돈 등 축산업 생산 기반 보호 차원에서 재고돼야 하며 적어도 특별법 등을 통해 농가들이 양성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 양돈 생산기반을 위협할만한 문제가 냄새다. 이미 지난 13~14년 전국 양돈농가 경영실태 조사에서 분뇨 및 악취 문제로 과태료 등을 부과 받은 농가는 27%에 달했다. 악취 관련 민원이 매년 늘고 있는 만큼 아마 이 수치는 최근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난해 환경부는 냄새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 사업장 폐쇄까지 가능한 악취방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농가나 업계에서는 냄새 저감을 위한 지원은 없고 처벌만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냄새 문제는 농가 차원에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어려운 문제인 만큼 냄새 저감 시설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관련 기술 개발 등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문제다.
■정책의 방향 전환 필요한 때=물론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양돈 지원 정책들은 그 배경에 정부 주도의 시장 개방과 그에 대응하기 위해 농가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즉 FTA 이후 시장 개방으로 발생하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지원책들이 현재 양돈 정책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실제 지난 15년 기준 축산 부문 전체 예산 가운데 경쟁력 제고 관련 예산이 7천366억원으로 51%를 차지하고 있다. FTA 시대 양돈 등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정말 이 같은 정책들은 제대로 기능했을까?
우선 농가수를 보면 첫 FTA가 발효된 지난 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간 1/3로 줄었다. 규모화의 큰 흐름 속에서 농가수 감소는 그렇다고 쳐도 03년 93%에 달하던 돼지고기 자급률은 이제 70%도 버거워질 만큼 후퇴했다는 점은 가볍지 않은 문제다. 이 같은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소비는 늘고 있지만 생산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생산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규제는 더 강화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데 비해 생산기반 유지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부족했다는 뜻일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무허가 돈사의 양성화와 생산성 제고가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시설 현대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설 현대화 자금 지원이 접근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어 문제다. 지난해 정부 보조사업 관리가 강화되면서 사업 체계가 복잡해졌으며 더구나 18년까지 보조율을 매년 낮춰 융자로 전환키로 해 정책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시설 현대화는 국내 농가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더 많은 농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생산기반의 주요 축인 농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경영 안정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현재 농가 경영 안정 대책으로는 FTA 피해보전 직불금 등이 있지만 발동 기준도 까다롭고 보전 비율도 미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시장 개방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해 농가 소득의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수입보장보험 제도의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양돈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양돈농가의 노령화 문제도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원활한 양돈 승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책과 젊은 인력들이 양돈산업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연수제도 등이 고려돼야 한다.
한돈 소비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농가 차원에서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수긍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돈의 품질 인증 제도를 개선한다면 제도적 차원에서 수입육과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개선되거나 새롭게 마련돼야 할 정책들은 많지만 그전에 지금까지의 정책적 지원들에도 불구하고 양돈생산 기반은 크게 위축돼 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양돈을 비롯한 축산 정책들이 현상 유지 내지는 생산기반의 급격한 축소를 막는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한돈 산업기반을 지키고 더 나아가 지속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리고 한돈이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식량이라는 인식이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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