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프롤로그]‘지키기’가 아니라 이젠 ‘키우기’다(5/5)
[창간특집-프롤로그]‘지키기’가 아니라 이젠 ‘키우기’다(5/5)
  • by 양돈타임스
한돈산업 10% 더 늘리자
[창간특집-프롤로그]‘지키기’가 아니라 이젠 ‘키우기’다

무관세 코앞에다 규제로 한돈산업 벼랑
발전 전략 현상 유지에 가둬선 안 돼
수입육 공세, 新 수요 개척으로 맞서야
농가 이탈 줄이고 신규 인력 적극 유입

시장 개방 이후 양돈산업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입육의 공세로부터 어떻게 시장을 지킬 것인지, 또 최근에는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른 양돈농가들의 이탈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등. 그리고 이 조차도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들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지키기 위한 전략만으로 정말 한돈산업을 지킬 수 있을까?
■지키기가 아니라 키우기다=현재 한돈산업은 5천여호의 양돈농가가 1천만두의 돼지를 길러 한해 6조원 이상(14년 6조6천억원)의 한돈을 생산, 70~80% 대의 돼지고기 자급률(14년 77.6%)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주식인 쌀 다음으로 큰 생산규모다. 양돈농가만 잡았을 때 5천여명이 안되지만 육가공, 사료, 동물약품 등 관련 산업 종사자수는 이를 훨씬 능가한다. 축산업 전체로는 56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돈산업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일 것이다. 그런데 잘 지켜질 수 있을까? 한돈산업의 현 위치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시장 개방과 이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 돈육이다. 한돈 시장이 없으면 한돈산업도 없다. 그런데 한돈 시장에 대한 수입육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진다. 현재 우리나라에 돼지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FTA가 체결돼 관세 철폐가 완료됐거나(칠레) 현재 진행 중이다. 주요 수출국 중에서는 미국, EU는 물론이고 캐나다도 지난해부터 무관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문제는 관세 장벽이 사라진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서 수출국들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한돈이 설 자리는 더 위협받는다.
더욱이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입산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13년 62.2%서 14년 56.9%, 15년 52.3%로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것은 현재 수입돈육과 한돈과의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돈을 선택, 한돈 시장이 유지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충성도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체결된 FTA를 되돌릴 수는 없다. 시장 보호 정책이 더 강화될 수는 있겠지만 시장 개방과 이로 인한 한돈 시장의 침식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따라서 시장을 지키는 노력에 더해 새로운 소비처를 발굴하지 않으면 한돈 시장은 축소되고 자연히 이는 한돈산업 전체의 위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뿐만 아니라 생산기반도 위험하다. 지난 13년 2월 양돈 등 축산업에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우려됐던 생산기반의 위축은 이제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른 무허가 축사 폐쇄, 양분총량제 도입, 가축사육 거리제한 등이 양돈농가들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잇단 구제역 발생으로 개별 농가에 질병 발생의 책임을 묻는 정책적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구제역 백신 미접종 농가에 대한 축산업 허가 취소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같은 규제 강화 등 사업 환경의 악화는 가뜩이나 부족한 후계 인력들을 내몰고 신규 진입도 가로막고 있다. 지난 2년간 양돈산업은 고돈가가 유지된 호황기였지만 그 사이에도 농가들, 특히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1천두 이하 농가수 14년 3월 2천611호→15년 12월 2천54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앞으로 시장 상황까지 악화됐을 때 양돈농가수는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단순히 이탈을 막는 전략으로는 양돈농가 등 양돈인력 감소를 막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양돈인력 유출, 후세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양돈업에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돈산업 발전전략을 더 이상 현상유지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 물론 기존 한돈산업의 과제들은 앞으로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키울 것인지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지키는 일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앞서 지적했듯이 한돈 시장이 없이는 한돈산업도 없다. 즉 한돈 시장을 키우지 못하고서는 산업을 살리고 키우는 일도 불가능하다. 양돈 생산성 제고와 품질 차별화가 한돈산업의 주요 과제가 된 것도 시장을 더 이상 수입육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역부족이었다. 돼지고기 수입량을 보면 매년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한번 증가한 수입량은 줄더라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2천년대 초 5만여톤에 불과하던 수입량은 04년 10만톤을 넘고 06년 20만톤을, 그리고 11년 30만톤을 넘겨 지난해 36만톤에 육박했다. 올해 한돈 생산량은 사상 최대가 예상되나 수입량은 30만톤 안팎이 예상되고 있다. 아마도 올해 이후로도 수입량은 현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 공산이 크다. 물론 FTA 체제가 이를 뒷받침 할 것이다.
따라서 한돈 시장을 되찾아오거나 새롭게 개척하지 않는다면 돈육 시장에서 한돈의 몫이 줄어드는 일만 남게 된다. 위생관리 강화와 품질기준 도입 등을 통해 부산물 시장에서 한돈의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부산물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늘어나는 한류 관광객을 겨냥한 한돈 연계 관광 상품 개발도 한돈산업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1인 가구와 노인 인구를 겨냥한 발빠른 제품 개발과 기존 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한돈의 입지가 취약한 외식시장 공략도 필요하다.
시장이 커졌다고 저절로 산업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양돈장 승계를 촉진시킬 제도 마련과 함께 2세 양돈인 외에, 산업 밖의 인재들도 편입시킬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자체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양돈 농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소득보장제와 같은 경영 안정 대책과 함께 시장 개방폭이 더욱 확대되는 만큼 시장과 농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설 현대화 등 환경 규제 강화에 농가들이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양돈 생산기반의 위축을 막을 수 없다.
물론 농가들의 역할도 있다. 질병예방을 위한 철저한 차단 방역이 곧 농장과 한돈산업을 지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10년 구제역으로 돼지 1/3이 묻히면서 양돈산업은 재건에 가까운 노력으로 다시 지금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악성 전염병으로부터 농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누차 강조되는 과제이나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현상 유지 노력만으로는 지난 2년과 같은 고돈가 시기에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돈산업의 위축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발 나아가지 않으면 한발 물러설 일만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한 때다. 한돈산업 10% 더 늘리는 일이 진짜 한돈산업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