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질병, 경쟁력 제고 최대 걸림돌(5/7)
[창간특집]질병, 경쟁력 제고 최대 걸림돌(5/7)
  • by 양돈타임스
[창간특집]돼지 질병 근절 없이 양돈산업 미래 없다

① 프롤로그-질병, 경쟁력 제고 최대 걸림돌

MSY 16.7마리 덴마크와 11마리 차
폐사, 직·간접적 피해 모두 가져와
생산비 상승·품질 저하 등 다중 피해
사양관리 ‘기본’ 준수하고 시설 개선도

양돈산업 지속 발전의 핵심은 무엇보다 산업의 경쟁력일 것이다. 특히 지난해 캐나다까지 FTA를 체결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된 지금, 한국 양돈산업은 수입 돈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그런데 시장이 개방, 수입 돈육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지금도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은 양돈 선진국에 크게 뒤쳐진다. 양돈 경쟁력의 핵심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생산성이 여전히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양돈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최대 적인 양돈 질병의 개선 없이 양돈산업의 지속 발전을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돼지 질병과 양돈 경쟁력=그렇다면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3년 기준 국내 MSY는 16.7두 수준으로 이는 세계 최고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는 덴마크(13년 기준 28.1두)와 비교해 무려 11두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각종 질병으로 인한 높은 폐사율이다. 양돈장 질병이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좀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돈장의 질병은 폐사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피해말고 간접적인 생산성 저하도 불러온다. 질병에 감염됐더라도 폐사하지 않고 출하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대신 이 경우 비육 기간이 늘거나 모돈의 경우 자돈 생산두수가 감소하는 등의 손실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추가적인 사료 값, 약품 값, 품질 저하로 인한 수취 가격 하락 등 다중의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양돈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비에서 판가름난다고 했을 때 질병은 양돈 생산비를 늘려 양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은 또 양돈 경영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0년의 FMD(구제역) 사태다. 당시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시장의 혼란과 이로 인한 양돈경영의 불안이 결국 농가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2010년 9월 4천500여호에 달하던 1천두 미만 양돈농가는 11년 3천400여호로, 또 지난해 9월 2천300여호로 감소했다. 양돈산업의 전업화 규모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외부적 충격, 즉 FMD가 경영 위험에 취약한 소규모 농가의 대규모 폐업을 불러온 것이다. 때문에 이처럼 대규모 살처분이 뒤따르는 주요 전염병의 발생은 양돈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또한 FMD와 돼지 열병 등은 돼지고기 교역에 있어서도 걸림돌이다. 지난 97년 대만에서 FMD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97년 5만7천여톤이던 대일본 수출은 99년 10만2천톤까지 증가했다. 이에 돼지 값도 상승(두당 17만원→19만9천원), 수출이 국내 돼지 값을 지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00년 발생한 FMD로 대일 수출이 중단되면서 그 해 돼지 값은 급락했다. 수출이 국내 돼지 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에 FMD 발생으로 한돈 시장이 국내에만 국한돼 있는 지금, 수출 재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수출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시장의 불안에 따른 경영 위험이 분산되면서 국내 양돈산업은 보다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계속된 FMD와 이로 인한 농가와 국가적인 손실을 감안할 때 FMD 상재화를 인정하고 일반 질병과 같이 다루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로 얻을 수 있는 산업의 이익보다 수출을 위해 감수해야 할 손실이 현재로서는 더 크다는 것이 그 주장의 배경이다. 설득력 있고 현실적인 주장인만큼 현장에서는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정책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론화의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돼지 질병은 또한 양돈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FMD처럼 양돈산업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 자칫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돼지들이 대규모 살처분 되는 장면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양돈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더 나아가 양돈산업의 생산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나아갔다. 이는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만들고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양돈산업이 설 자리를 점차 위협받고 있는 현재의 추세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질병 근절을 위한 과제=돼지 질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돼지 사육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양돈농가의 사육방식부터 개선돼야 한다. 철저한 차단방역과 환경관리가 기본이지만 그 기본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양돈농가들이 밀집한 환경에서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생각이 주변 양돈장에 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대부분 노후된 국내 양돈 시설에 대한 개선과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현실에 맞는 정부 차원의 방역정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번 FMD를 통해 얻은 교훈 중 하나다.
이 모든 과제들과 함께 이제는 양돈산업의 주류 사육방식에 대한 고민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왜 이토록 돼지 질병이 만연하게 됐는지, 왜 근절이 어려운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동물 복지 등 친환경 양돈은 우리 양돈산업이 질병 근절과 함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양돈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양돈농가에게 있어서 돼지를 질병 없이 잘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 그리고 개방화 시대, 규제 강화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도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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