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양돈 선진국과의 경쟁, 질병이 좌우(5/7)
[창간특집]양돈 선진국과의 경쟁, 질병이 좌우(5/7)
  • by 양돈타임스
② 질병과 양돈 경쟁력
[창간특집]양돈 선진국과의 경쟁, 질병이 좌우

폐사율 17%:2%→MSY 16두:28두
농장 규모화 됐어도 위생·시설 제자리
각종 질병 상재화되고 전염병 유입도
폐사 등 직접 피해액 1조원 훌쩍 넘어
성장 지체·번식 저하 등 간접 손실도 커
시장 혼란·농가 폐업에 산업 기반 위협


양돈장에 만연한 각종 질병들은 양돈산업 성장의 그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게 전업화 규모화 기업화를 이룬 국내 양돈산업은 외적 성장에 뒤따라야 할 시설 및 관리 수준의 성장은 미흡했다. 그 결과 국내 양돈산업은 외연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각종 질병이 양돈장 생산성을 발목잡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우리 양돈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외국 양돈선진국과의 경쟁 속에서 양돈산업을 지속하기 위해 질병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질병이 만연한 원인=국내 양돈장의 질병이 만연하게 된 원인은 양돈산업의 규모화와 짝을 이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양돈 등 축산업이 소규모 농가 부업의 형태에서 벗어나 전업화 또는 기업화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초반 축산진흥정책이 수립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외국에서 종축과 사료곡물이 본격 도입되고 가축의 효율적인 증식과 개량을 위한 가축인공수정사업도 확대 추진된다. 아울러 협동축산단지 및 시범목장 조성, 초지 개발 등의 사업도 70년대 본격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양돈과 사료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게 됐다. 특히 70~80년대 국민 소득의 증가와 도시화, 산업화 추세로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양돈 등 축산업이 전업화, 기업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70년 당시 112만6천여마리던 돼지두수는 80년 178만여마리로, 85년 285만마리, 90년 453만마리로 급증, 20년만에 돼지 두수가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양돈 농가수는 70년 88만4천호에서 90년엔 13만3천호로 줄게 된다. 규모화와 함께 밀집 사육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양돈장의 위생관리 수준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밀집된 사육환경에서 양돈장 질병은 다양해지고 집단 발생양상을 띄게 됐다. 더구나 시장 개방과 외국 종축의 수입 등으로 해외로부터 악성 전염병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도 국내 양돈장의 질병 상황을 악화시켰다. 국내 양돈산업의 규모는 확대되고 농업 가운데 쌀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성장하게 됐지만 동시에 상재 질병과 악성 전염병의 위험은 더 높아졌다.
■가축 질병의 경제적 피해=국제수역사무국에서 추정하는 가축질병 발생에 따른 축산물 손실액은 총 생산액의 20%다. 국내 양돈산업의 질병 피해는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기준으로 해도 국내 양돈산업이 질병으로 인해 입는 손실은 1조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질병으로 인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06년 가축질병 발생에 의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때 적용한 분석 방법을 이용해 최근 국내 양돈장의 질병 피해액을 추산해봤다. 그 결과 13년 기준 돼지의 폐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은 1조1천640억원(폐사율 19% 가정 시)에 이른다.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질병에 따른 양돈농가 전체 방역 치료비는 13년 기준 1천350억원(두당 방역치료비×도축두수)에 달한다. 즉 질병에 의한 폐사와 질병 치료 등에 쓰이는 방역비 등 질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지출만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 피해는 이게 다가 아니다. 돼지 질병 발생으로 폐사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지연되면서 추가적인 생산비가 소요되거나 모돈의 경우 번식능력이 저하되는 것도 모두 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경제적 피해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합할 경우 경제적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양돈장에는 PRRS 등 각종 상재 질병이 있으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같은 질병들이 생산성을 좀먹고 있다. 국내 양돈장에서 문제가 되는 질병은 10~12개 가량으로 유럽(3~6개 질병)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들 질병들이 복합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폐사로 인한 피해 외에 성장을 지연시키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정확한 액수를 산정하기에 어려운 피해들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처럼 일상적인 피해 외에도 돼지열병과 FMD 등 악성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이 손실은 훨씬 커진다. 지난 2000년과 02년 FMD로 인한 국가 재정 소요액은 각각 2천725억원, 1천58억원이었으며 2010년 11월 발생해 최악의 피해를 남긴 당시 FMD로 보상금 1조8천억원 등 총 2조7천억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재정 소요액일 뿐 민간 차원의 경제적 지출과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시장의 혼란, 그리고 그 파급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그 피해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돼지 질병과 양돈 시장=FMD가 남긴 경제적 손실 이외 가장 큰 피해를 꼽는다면 단연 몇 년간 계속된 시장의 혼란일 것이다. 최근 농경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양돈 경영의 불안정성을 높인 최대 원인은 지난 2010년 발생한 FMD로 분석됐다.
그도 그럴 것이 FMD로 인해 너무 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된 탓에 이후 시장은 갑작스런 공급물량 급감과 이어진 수입물량의 폭증 등 수급상황이 일상적인 흐름을 크게 벗어나게 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FMD로 인한 살처분 두수는 332만마리로 당시 사육두수의 1/3에 달했다. 그 결과로 돼지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2010년 두당 32만2천원하던 돼지 값은 11년 46만5천원으로 무려 45% 가량 상승했다. 돼지고기가 부족해 돈가가 급등하자 급기야 정부는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을 단행하게 됐다. 11년 수입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7만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높은 돼지 값에 입식을 늘렸고 그 여파는 13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관세로 쏟아져 들어온 수입 돼지고기가 그대로 쌓이면서 돼지 값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 13년엔 돼지 두당 30만1천원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웠던 양돈시장을 하나의 수치로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돼지 가격 변동성으로 농경연에 따르면 돼지의 가격 변동(변이계수, 클수록 변동성 큼)은 91~01년 14.6에서 02~12년에는 27로 높아졌다. 물론 2010년 FMD가 이처럼 가격 변동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돼지 값 변동성이 이처럼 커지면서 그만큼 농가의 경영 위험도 높아졌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바로 속출하는 폐업 양돈농가들 이었다.
돼지 사육두수는 FMD 이전 수준을 회복됐지만 많은 농가들이 폐업하면서 농가수는 14년 9월 5천174호로 FMD 이전에 비해 32.9% 감소했다. 특히 5천두 이상 대규모 농가수는 이 기간 오히려 증가(294호→363호, 23.5%↑)한 반면 1천두 미만 농가는 크게 감소(4천489호→2천325호, 48.2%↓)했다. 농경연은 양돈농가의 전업화·기업화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FMD 등 질병 발생으로 인한 경영 위험이 소규모 농가에 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양돈산업의 규모화 기업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간 우리 양돈산업도 겪어왔던 흐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한 급격한 농가수 감소는 양돈산업의 기반을 위협하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가축 질병과 양돈산업의 경쟁력=우리 양돈산업의 질병 피해는 결과적으로 생산성의 저하로 나타난다. 특히 외국 양돈 선진국과의 비교에서 국내 양돈장 질병의 심각성이 확인된다. 국내 돼지 폐사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출하두수와 정부의 통계를 이용해 계산해보면 20% 안팎의 폐사율을 보인다. 지난 13년 모돈 두당 산자수는 20.8두로 12년 말 모돈 두수(96만2천마리)를 대입해 계산해보면 13년도 태어난 돼지는 모두 2천만마리였다. 하지만 실제 출하두수는 1천613만마리로 태어나서 출하까지 19% 가량의 돼지들이 폐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단계별로 봤을 때는 포유 자돈기 사고율이 10% 안팎을 보이고 이유 후에는 그 수치가 더 올라간다.
피그플랜 전산 관리 농가들의 13년도 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유 전 폐사율 10.4%, 이유 후 폐사율 17.2%로 나타났다. 이유 전 폐사율도 높지만 이유 후 질병에 의한 폐사율을 줄이지 않으면 양돈장 성적 개선과 경쟁력 제고는 먼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럽 양돈선진국의 경우 포유 자돈 사고율은 10% 대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이후 단계 폐사율은 3% 안팎이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덴마크, 네덜란드의 경우 13년 포유 자돈 이후 사고율이 각각 2.9~3.5%, 2.2~2.3%에 불과했다. 스웨덴의 경우는 육성돈 폐사가 1%대다. 포유 자돈의 사고율이 높지만 이는 산자수가 많은데서 연유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산자수에 비해 포유기 사고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이후 육성, 비육단계의 폐사도 너무 많다.
이 같은 폐사율의 차이는 양돈장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되는 MSY의 격차를 벌였다. 13년 기준 우리의 MSY가 16.7두 인데 비해 덴마크 28.1두, 네덜란드 27.7두,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국내 돼지고기 수출물량에서 상위에 오르는 국가들의 경우 25두를 넘는 MSY를 기록하고 있다.
MSY의 차이는 물론 종돈 능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유럽의 다산형 모돈이 많이 들어오는 추세다. 이 같은 영향으로 피그플랜 농가들의 총 산자수 분석 결과 평균 11.9두로 10년 전에 비해 1두 가량 많아졌다. 그럼에도 생산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유럽 양돈 선진국들과 MSY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높은 폐사율이 결정적인 것이다. 즉 시설 환경과 사양관리의 차이와 여기에서 비롯되는 질병 수준의 차이가 이 같은 생산성 격차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미국·EU 양돈시장도 질병에 휘둘려
미-PED로 돈가 급등 올해 다시 급락
EU-ASF 수출 타격…불황 골 깊어져

지난해부터 세계 양돈시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격변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 양돈시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내 돼지 값이 급등락을 보이며 세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이 역시 따지고 들어가 보면 그 시작은 돼지 질병이다.
미국은 지난해 돼지 값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상승폭도 미국의 돼지고기 시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이었다. 전년 동월대비로 10% 이상은 기본이고 3~4월은 5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무엇보다 13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PED(돼지유행성설사병)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PED는 첫 발생이라 시장에서의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웠고 이에 돼지 값이 실제 공급량 감소폭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EU는 정반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돼지 값이 전년 대비로는 물론 최근 5년 평균을 밑돌았던 것이다. 이 역시 폴란드 등 EU 내에서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원인이었다. EU 돼지고기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러시아가 ASF를 이유로 2월부터 EU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한 때문이다. 이에 EU의 대 러시아 돼지고기 수출은 13년 35만9천톤에서 작년 1만7천톤으로 95%가 급감했다. 또 그 결과 EU의 돼지고기 수출은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13년보다 6% 줄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수출 실적 부진은 돈육 수출국인 EU의 돼지 값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EU의 지난해 평균 돼지 값은 156.6유로(100㎏기준)로 전년도 175유로에 비해 10.8% 하락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까지도 미국과 EU 모두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EU는 대 러시아 수출을 재개하지 못해 돼지 값이 지속 하락, 급기야 돼지고기 민간재고에 대한 보조를 단행하게 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급격히 오른 돼지 값에 농가들이 입식을 늘리고 여기에 사료 가격까지 안정되면서 돼지고기 생산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지난해 잘 나가던 미국의 돼지 값은 급반전, 최근 돼지 값은 지난 3월 기준 100달러(생돈 100㎏기준)로 전년 동월(195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PED가 실제 돼지고기 공급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시장에서의 PED 파급력은 미국의 돼지 값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 올리기도, 또 불과 1년사이에 다시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게도 만든 셈이다. 그 후유증은 올해 미국 양돈시장을 내내 힘들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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