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PRRS 안정화가 질병 근절 첩경(5/7)
[창간특집]PRRS 안정화가 질병 근절 첩경(5/7)
  • by 양돈타임스
④ 농가 차원 해법
[창간특집]PRRS 안정화가 질병 근절 첩경

PRDC 등 일으키는 1차 병원체 역할
장기적 관점서 지역단위 컨트롤이 해법
빈틈없는 차단방역·적정 환경제공은 기본
동물 건강 추구 ‘복지 사육방식’도 고려

국내 양돈산업이 빠르게 규모화를 이뤘지만 시설이나 위생관리 수준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고 이것이 국내 양돈장에 질병이 만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양돈장 내 위생관리 수준, 사양관리는 질병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양돈장 질병 근절의 해답은 바로 양돈장 안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양돈장 사양관리와 질병=질병 근절을 위해서는 양돈장의 사양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설의 제약도 물론 있지만 사양관리에서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 근절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차단 방역을 예로 들어보자. 한돈협회의 양돈장 질병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후보돈 격리 시설을 운용(86.3%)하거나 농장 입구 소독시설 설치(84.2%) 등은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부 방문객이 샤워·방역복·소독·장화를 모두 실시한다는 농가는 13%에 불과했다. 돈사 출입 시 아무런 방역조치도 하지 않는 농가도 9.5%에 달했다. 내부 차단방역도 가장 중요한 올인 올아웃 역시 비육돈사 기준으로 19%의 농가만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양돈장 가운데 1/3 가량은 반경 100m 이내에 다른 축산농가가 있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질병 유입 위험이 높은 조건을 갖췄지만 차단 방역은 여전히 빈틈이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차단방역에 있어서 병원체가 묻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것, 즉 돼지, 정액, 사람, 차량, 물품에 대해 각각의 통제 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뚫리면 다른 차단방역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호철 수의사는 “차단방역은 어떤 의미에서 양돈장 경영관리에 있어서 효율이 가장 높은 투자처”라며 “돈사시설에 대한 투자와 같은 자금적인 의미나 접근보다는 경영주 및 관리자의 의지와 행동습관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내·외부 차단방역을 통해 병원체가 돼지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똑같은 수준에서 병원체에 노출됐다 해도 실제 질병과 폐사로 이어지는 정도가 같지는 않다. 그 차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돼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온도, 밀사 등)가 PCVAD와 같은 질병을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신현덕 원장은 “병원체가 불씨라면 스트레스는 바람에 해당한다”며 “스트레스는 면역억제를 유발해 병원체가 폭발적으로 증식해 질병이 발생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측면에서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환경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무 높거나 낮은 온도는 돼지에 스트레스를 주고 제대로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 돈방은 호흡기 질병을 촉발시킨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적절한 환경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높은 일교차에 그대로 노출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소독으로 병원체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절한 온습도 환기 관리도 질병 예방에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때문에 양돈장의 시설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단열이 안 되고 샛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돈사로는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의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돼지 질병 근절을 위해서는 농가의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본 관리만 제대로 실천해도 양돈장의 질병 피해는 지금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PRRS 근절의 필요성=PRRS는 단일 질병으로는 양돈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질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피해액이 연간 1천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PRRS가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피해를 입히지만 다른 질병들의 1차 병원체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써코바이러스병이나 돼지 폐사를 유발하는 주요 질병인 PRDC와 같은 호흡기 질병도 모두 PRRS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때문에 PRRS를 안정화시키지 않고서는 양돈장 질병 근절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역으로 농장 내 PRRS 유입을 차단하거나 안정화 시키는 것으로 양돈장의 각종 소모성 질병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승윤 한별팜텍 대표는 “소모성 질병이 시작되는 대부분의 경우가 후보돈, 자돈 등의 외부 구입돈에 묻어오는 PRRS 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된다”며 “최근 후보돈 외부 구입이 많아지면서 소모성 질병 발생 역시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PRRS를 어떻게 안정화시킬 수 있을까? PRRS 안정화는 돈군 폐쇄가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이다. 돈군 폐쇄는 일정 기간 후보돈 도입을 중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 등이 안정화를 돕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안정화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화보다 PRRS 안정화 이후 다시 외부에서 새로운 PRRS 바이러스 유입 없이 안정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음성 후보돈, 음성 정액을 들여오고 기본적인 차단방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내 농장만 안정화되고 기본 관리를 철저히 해서는 한계가 있다. 주변 양돈장이 여전히 PRRS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한 언제든 유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PRRS 지역단위 컨트롤이 그 대안으로 제시, 추진되고 있다. 지역단위 컨트롤은 처음 미국 미네소타주 스티븐스카운티에서 04년부터 실시됐다. 그리고 8년만에 해당 지역 농장들이 모두 PRRS 청정화를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와 경북 안동, 경남 합천·창원, 경기 포천 등지에서 지역단위 PRRS가 추진되고 있다. 일단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인만큼 농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지속 요구되고 있다.
■동물 복지와 양돈질병=아직 EU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한참 뒤쳐지는 우리 양돈산업으로서는 동물 복지를 말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동물복지는 동물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등장한 화두다. 돼지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고통,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질병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도한 밀집 사육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등 질병 촉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돼지가 스트레스에 의한 꼬리씹기로 연간 73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바 있다. 더불어 적절한 온도와 습도 등 환경 요인 역시 복지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돼지의 질병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한 관리 사항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 발생한 사상 최악의 FMD로 현 양돈산업의 생산방식에 대해 공장식 축산이라는 오명을 덧 씌웠고 그로 인해 인도적 사육방식에 대한 요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때문에 돼지 질병을 근절시키고 더불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양돈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제라면 동물복지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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