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프롤로그]양돈 살리기,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1/1)
[신년특집-프롤로그]양돈 살리기,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1/1)
  • by 양돈타임스
[신년특집-프롤로그]양돈 살리기,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FTA 진입 10년…생존이 최대 화두
생산성 세계 최약체, 성적 향상 시급
경영 안정망 전무…농가 보호 역점을
수입육·육식 유해론 모두 극복해야

지난해 우리는 FTA 시대 진입 10년을 맞았다. 우리 양돈업에 생존이 최대 화두가 된 것도 10년이 된 셈이다. 그런데 진짜 싸움, 생존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과 EU와의 FTA는 이제 발효 4년차를 맞으면서 관세 인하를 내세운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호주, 그리고 이달 캐나다와의 FTA가 발효됐다. 이로써 국내 수입되는 돼지고기의 98% 가량이 FTA 체결국가로부터 수입된다. 사실상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관세라는 보호막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쇠고기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수입 쇠고기 가격이 저렴해지면 한우는 물론 가격 면에서 경쟁 상대인 국내 한돈 삼겹살까지 위협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FTA가 발효된 호주는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청정육으로 인식되고 있어 미국산에 비해 더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년의 FTA 시대는 우리 한돈이 수입 돼지고기와 관세 없이 대결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 줬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 부족한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수없이 짚어보고 실천을 다짐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냉정히 돌아보자.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 ‘고품질 한돈 생산으로 수입육과 차별화’ ‘양돈농가 경영 안정대책 마련’ 등등 말들은 차고 넘쳐났지만 과연 우리 양돈산업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다시 말 뿐인 구호로 남겨둘 수 없게 됐다.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양돈업을 살리는 일은 돼지를 살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는 양돈의 경쟁력이 바로 양돈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럽 양돈선진국들의 평균 생산성은 MSY 25두 이상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3년 기준 16.7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약 10여두 가량이 뒤지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수입국인 일본의 경우도 지난 20년간 17.6~18.6두 수준을 유지, 미국, EU와 같은 돼지고기 수출국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우리보다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서 우리의 양돈 생산성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당연히 지금의 생산성으로는 양돈 생존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급한 과제가 바로 돼지를 살리는 일, 보다 직접적인 과제는 바로 폐사율을 줄이는데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돼지를 죽이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돼지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될 듯하다. 우리는 지난 2010년 FMD(구제역)로 1/3이 넘는 돼지들을 땅에 묻었다. 비단 FMD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많은 돼지들이 각종 질병들로 폐사하고 있다. 돼지를 살리는 것이 곧 양돈을 살리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돈농가를 살리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떠나는 산업은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시장 개방이 심화될수록 양돈경영의 불안정성도 같이 높아졌고 또 앞으로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된다. 그런데 우리 양돈업은 경영 안정망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3년 우리 양돈산업은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돼지 두당 2만8천원의 손실을 봤으며 소규모 농가들은 손실 규모가 최대 5만6천원에 달했다. 정상적인 경영이 절대 불가능한 시장이었다. 전년 대비 돼지 값이 10% 가량 하락(4천16원→3천608원)했으며 2년전(5천894원)과 견주면 돼지 값 하락폭은 무려 39%에 달했다. FMD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해도 문제는 이 같은 돼지 값의 급등락을 완화해줄 장치도, 또 이로 인한 농가 경영상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전무했다는 것이다. 이에 12년 3월 기준 6천130호의 양돈농가수는 지난해 9월 5천174여호로 956호(15.6%) 줄었다. 특히 경영 환경 악화에 취약한 1천두 미만 소규모 농가들이 3천78호에서 2천325호로 753호(24.5%)가 문을 닫았다. 경영 안정망이 전무한 국내 양돈업의 취약점이 여실히 들어난 것이다. 국내 양돈시장에 외부 변수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이제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라도 마련돼야 할 때다. 그 중 양돈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돼지 값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절실해지고 있다. 또한 작금의 농축산업계 위기가 제조업 등 국내 다른 산업들의 이익을 위해 농축산업계가 희생한 측면이 큰 만큼 농업계가 주장하는 ‘무역이득공유제’는 가장 시급하고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과제 중 하나다.
시장을 살리는 일도 놓칠 수 없다. 시장이 죽으면 돼지를 살리고 양돈농가를 살리는 일도 모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최근 한돈 시장은 안팎 모두에서 위협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과연 수입산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지난해 62.2%서 올해 56.9%로 5.3%P 줄었다. 아직은 한돈, 국내산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지만 수입산 돈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줄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한돈 시장을 계속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남긴다. 이에 한돈의 차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 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FTA로 미국, 유럽산 돼지고기의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국내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돈 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수입육만이 아니다. 최근 육류에 대한 거부감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육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불을 지피고 채식의 유행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다. 외부적으로는 수입육에, 그리고 안에서는 육식 유해론과 싸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의 변화도 따라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고령인구의 증가는 우리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시장의 변화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높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돼지를 살리고 우리 양돈농가들을 살리고, 또 우리 한돈 시장을 살리는 일이 곧 우리 양돈업을 살리는 길이며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 그 속에 길이 있다. 지금 돈사에 들어가 돼지 한 번 더 살피는 데서 우리 양돈을 살리는 일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농가의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농가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 업계의 조력, 학계의 지혜가 모두 제 역할을 해 낼 때 양돈업을 살리는 일은 가능해진다. 바로 내 손에, 우리 모두의 손에 양돈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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