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돼지 살리기가 곧 양돈업이 사는 길(1/1)
[신년특집]돼지 살리기가 곧 양돈업이 사는 길(1/1)
  • by 양돈타임스
[신년특집]돼지 살리기가 곧 양돈업이 사는 길

2천만두 낳아 19% 폐사, 1600만두 출하
MSY 和蘭 28두·美 22두, 한국 16.7두
생산성 차이가 생산비·가격 경쟁력 결정
기본 사양관리 미흡한 농장 여전히 많아
AI/AO 이행률 05년과 비슷…개선 안 돼
철저한 차단 방역이 성적 개선 첫 걸음
기록관리, 실시하는 것만큼 활용도 중요

FTA 시대 양돈산업의 경쟁력은 농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높은 생산성에서 가격 경쟁력이 나오고 품질 좋은 돼지고기가 차별화된 한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결국 돼지를 살리는 일이 곧 양돈업을 살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돼지 얼마나 살리고 있나=국내 양돈장의 폐사율은 양돈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돼지들이 질병 등으로 폐사하는 것일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모돈 두당 산자수는 20.8두, 이유두수는 19.3두였다. 12년 말 모돈두수가 96만2천마리였으므로 13년도 태어난 돼지는 모두 2천만마리, 이유두수는 1천857만마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출하두수는 1천613만마리로 이유 후 폐사율은 13%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태어나서 출하까지 모두 19% 가량의 돼지들이 죽는다는 얘기다. 정부 통계 MSY 16.7두에 해당하는 폐사율 수치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04년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폐사율은 23%에 달했다. 4P로 대변되는 각종 소모성 질병이 극성을 부리던 당시와 비교해서는 다소 개선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양돈장 생산성이 그나마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써코 백신의 보급을 꼽고 있다. 국내에서는 09년부터 본격 공급되기 시작했고 08년까지 13~14두대에 머물던 MSY는 09년 15마리를 넘어섰다.
이후 또 한 차례 MSY가 개선된 계기가 바로 2010년 전국적으로 양돈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FMD(구제역)이었다. 당시 전국의 1/3이 넘는 돼지들이 살처분되면서 많은 양돈장들이 돈사를 전부 비우고 새로 입식했으며 이들 농가를 비롯해 국내 양돈장들이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한 때문이다. 그렇게 현재의 생산성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우리 양돈 경쟁력 수준은=과거에 비해 생산성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양돈 생산성을 기준으로 세계 양돈농가들과 경쟁력을 겨뤘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일까? 아쉽게도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최하위쪽에 가깝다.
세계에서 양돈 생산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의 경우 2013년 기준 MSY가 28두를 넘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25두 안팎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경쟁력의 비결은 결국 높은 생산성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13년 발생한 PED 여파로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해 각각 22.7두, 21.7두로 20두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높은 생산성과 함께 값싼 사료비용이 더해지면서 EU와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나라가 비단 수출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세계서 돼지고기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20년간 17.6~18.6두의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수출국에 비해서는 낮지만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중요한 것은 결국 생산비의 차이를 만들고 이는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수출국들은 당연히 우리보다 월등히 생산비 수준이 낮다. 세계 주요국의 돼지고기 생산비 수준을 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경우 1.25유로, EU 1.54유로, 캐나다 1.19유로 등으로 한화로 2천원 안팎이다. 우리 생산비가 3천800~4천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불과한 생산비다.
그러니 운송비, 관세를 붙여서 들여와도 국내산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삼겹살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국내산이 100g당 1천740원인데 비해 미국과 폴란드산이 각각 1천180원으로 국내산 대비 67.8%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 곧 이들 수입산에 붙던 관세도 사라지고 이 같은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생산비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일이고 이는 곧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양돈장 사양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생산성을 결정짓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종돈이 좋아야 하고 양돈장 시설도 돼지들이 살아갈 환경을 결정짓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농장의 사양관리다. 돼지가 사느냐 죽느냐는 양돈장 사양관리, 특히 질병관리 수준이 결정적이다. 돼지가 폐사하는 가장 주된 원인이 질병인 때문이다. 한돈협회가 발표하는 전국 양돈장 질병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가장 기본이 되는 양돈장 사양관리 수준을 파악해 봤다.
전문가들이 양돈장 생산성 관리의 가장 기본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인 기록관리의 경우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농가들은 돼지 소모성 질병 컨설팅 사업에 참여한 350개 농가로 지난해 전산 기록을 하는 농가는 15.1%에 불과했다. 여기에 수기(58%), 전산 및 수기(15.5%)를 이용해 기록하는 농가까지 포함하면 88.6%다. 여전히 11% 가량의 농가들은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전체 양돈농가로 확대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유럽의 양돈농가들은 전산을 통한 관리가 보편화돼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20여년 전 국가가 전산 관리프로그램을 단일화해 전체 양돈농가의 80%가 전산 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덴마크 역시 70%가 관리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차단방역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돈 구입 시 격리시설을 운용하는 농가 비율은 지난 05년 37.9%서 지난해 86.3%로 눈에 띄게 향상, 개선됐다. 또 농장 입구 소독시설의 경우 84.2%의 농가가 설치, 지난 07년(67%)보다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 설치 외에 직접적인 차단방역 노력은 부족했다. 외부 방문객이 돈사 출입 시 샤워·방역복·장화·소독 모두 실시하는 농가는 12.9%에 불과했다. 돈사 출입 시 아무런 방역조치도 하지 않는 농가도 9.5%에 달했다. 또 해외여행을 다녀온 방문객에 대해 일정기간 농장 출입을 제한하는 농가도 절반이 안 돼(48.6%) 차단방역에 있어서는 여전히 빈틈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농장 내에서 이뤄지는 방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역 수단으로 꼽히고 있는 올인/올아웃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올인/올아웃 실시 비율을 돈사별로 살펴본 결과 △자돈사=53.9% △육성사=25.7% △비육돈사=18.8%로 대부분의 농가들이 올인/올아웃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돈사 입구 발판 소독조의 경우 85.5%의 농가가 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돈사출입 전용 작업복을 입고 전용장비를 사용하는 농가 비율은 각각 57.7%, 42.3%에 불과해 대부분의 농가들이 돈사 간 질병 전파의 여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사 줄이기 어떻게 하나=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돼지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으로 질병으로부터 돼지들을 보호하는 일이 그 시작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질병을 막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양돈농가들은 밀집도가 높아 차단 방역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국내 양돈농가의 1/3(32%) 가량은 반경 100m 이내에 축산농가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전염병 발생 시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 양돈농가의 차단 방역은 매우 미흡하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체의 침입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차단방역의 핵심이다. 차단방역을 위해 △후보돈 도입시 격리와 순치 △외부인에 대한 출입 통제 △차량 통행 통제 및 최소화 △농장 주변 울타리 설치 등은 기본이다. 지난 13년 겨울 전국을 휩쓴 PED(돼지유행성설사병) 역시 농장 출입 차량 특히 출하차량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출하대를 외부에 설치하고 농장 진입 시 차량 소독은 물론 운전석까지 모두 소독할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농장 외부에서 들어오는 질병도 차단해야 하지만 내부에서의 질병 전파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이 올인/올아웃이다. 그런데 지난해 올인/올아웃 실시하는 비율은 가장 높은 자돈사도 53.9%에 불과할 만큼 올인/올아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05년 올인/올아웃 실시 비율을 보면 △자돈=50% △육성돈사=8.3% △비육돈사=10%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어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인/올아웃을 안하는 것은 전염병의 전파 고리를 이어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돈사 출입 시 전용 장화와 발판 소독조 운영, 환돈에 대한 격리, 빈 돈사 수세·소독·건조·비우기 실시 등 농장 내에서 비교적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관리는 얼마든지 있다.
농장 내 상재하고 있는 병원체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국내 양돈농가에서 가장 흔하게 상재하고 있는 병원체들은 PRRS를 비롯해 흉막폐렴, 파스튜렐라, 회장염, 써코바이러스 등 다양하고 또 대부분의 양돈농가들이 이 같은 질병이 언제든 발현될 위험을 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다. 전문가들은 상재성 질병으로부터 돼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환기, 적정 온도, 습도 등 환경관리와 함께 질병 발생을 부추길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한다.
■기록 관리는 필수=농장의 성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개선점을 찾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농장의 기록관리를 양돈장 경영의 필수요소로 꼽고 있다.
양돈 선진국들 역시 철저한 기록관리를 실시하고 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네덜란드, 덴마크의 경우 양돈생산 기록 관리가 의무화 돼 있다. 이에 전체 양돈농가 중 80~90% 가량의 농가들이 전산 기록 관리시스템을 활용해 기록관리하고 있다. 전산기록 관리를 통해 △농장의 생산성적 분석 △농장의 경영 분석 △농장의 분뇨배출 및 허가적정성 분석 △농장의 위해요소관리 △국가단위 양돈현황 분석 △농장의 컨설팅 기반 자료 △분양된 종돈의 생산성 연계 분석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전산 기록관리를 실시하는 비율도 월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 분석 시 농장단위는 물론 개체·산차 단위까지 성적을 분석해 농장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성적 개선 방안을 찾는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처럼 농장별로 세부적인 생산성 분석 자료가 있는 만큼 이를 국가단위 생산성 분석에도 활용해 국가별 PSY, MSY는 물론 다양한 생산성 항목별 자료와 각 항목간의 연계성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앞서 양돈장 질병 실태 조사에서는 전산 기록을 하는 농가가 15%에 불과하고 전산 혹은 수기 등 기록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농가들이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한돈농가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전산 기록을 한다는 농가는 44.4%로 조사됐다. 어떤 수치가 더 정확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전산관리를 하지 않는 농가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전산관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노트가 편해서(37.9%), 인력이 부족해서(24.3%), 컴퓨터 사용이 미숙해서(22.5%) 등이 꼽혔다.
올해부터 ‘한돈팜스’를 이용해 농장 사육두수 확인서를 제출해야 써코 바이러스 백신을 지원하고 또 돼지 이력제와도 연계토록 해 ‘한돈팜스’ 이용률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해결과제도 남는다. 전산기록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히기도 했지만 농가들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기존의 노트 사용에 익숙하고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농가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기록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기보다 기록한 농장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번식성적이 안 좋은지, 안 좋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또 농장의 낭비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등등 기록관리의 진정한 가치는 그 활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입력 대행을 통해 컴퓨터 사용 미숙 농가도 전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전산관리를 직접 농가에서 할 수 있도록, 또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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