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생산II]1천만두 시대…이젠 내실 다질 때(5/7)
[창간특집-생산II]1천만두 시대…이젠 내실 다질 때(5/7)
  • by 양돈타임스
창간 특집-한국 양돈산업 선진국 진입 중이다

[생산II]1천만두 시대…이젠 내실 다질 때

90년 453만두→2000년 821만두로 ↑
많은 고비 속 양돈 규모화 빠르게 진행
양적 성장세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어

구제역으로 돼지 1/3 이상, 330만마리를 살처분 한 지 2년만에 국내 돼지 두수는 1천만마리로 급증했다. 사람도 살이 갑자기 찌거나 빠지면 분명 탈이 나고야 말듯 우리 양돈산업도 지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사육두수가 사상 최고점을 찍은 지금 우리는 양돈산업의 양적 성장이 저물어가는 시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지금 양돈산업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계속돼 온 규모 확대 기조는 계속되기 힘들 것이란 사실이다.
■양돈 규모 확장기=국내 양돈산업은 7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농가에서 퇴비생산을 목적으로 1~2두 사육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70년 돼지 사육두수는 113만마리에 불과했지만 농가수는 무려 88만4천호에 달해 호당 사육두수가 2두가 채 안됐다. 그러던 것이 80년대로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증가, 80년 178만두서 85년 285만마리로 불과 5년 사이에 60%가 늘었다. 이후 90년 453만마리, 95년 646만마리, 2000년 821만마리로 각각 59%, 43%, 27%로 여전히 빠른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에 돼지 출하는 70년 62만두에 불과하던 것이 77년 150만두로 100만두를 돌파했으며 95년에는 처음으로 1천만두대를 기록했다.
양돈농가수 역시 두수만큼 변동폭이 컸다. 농가수는 80년 50만3천호, 85년 25만1천호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90년 13만3천호, 95년 4만6천호, 2000년 2만4천호로 각각 47%, 65%, 47.8% 줄어 두수보다 더 큰 감소폭을 보였다. 두수 증가와 함께 이처럼 농가수는 감소하면서 국내 양돈산업은 규모화가 급격히 진행, 70년대 10마리를 못 넘기던 가구당 사육두수는 2000년 344마리로 늘게 된다.
이처럼 양적인 성장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소비가 증가한 때문. 경제 개발과 함께 소득 수준이 높아진 영향으로 육류 소비도 늘었다. 이에 1인당 한해 돼지고기 소비량은 70년 2㎏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80년엔 6.3㎏, 90년 11.8㎏, 2000년 16.5㎏으로 늘면서 국내 양돈산업의 양적 확대의 기반이 됐다.
■현재=증감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2천년대 들어서면서도 돼지 두수 증가와 농가수 감소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02년(9월) 돼지 두수는 900만마리를 돌파해 꾸준히 늘었으며 농가수는 01년 1만호 대로, 07년에는 1만호 밑으로 더 감소했으며 현재 6천여호로 줄어 호당 사육두수는 1천600여두로 증가했다.
그러나 양돈산업 규모화가 순탄하게 이뤄지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질병 피해가 컸다. 03년 930만마리까지 증가했던 돼지 두수는 04년 891만두까지 감소했다. 당시 농가들의 전폐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모성 질병으로 돼지 폐사두수가 2000년대 초 돼지 열병 발생 때보다 많았다. 이후 07~08년 사료 값 파동 때도 고비였다. 07년 970만두서 08년 900만마리로 줄고 특히 농가수는 1만여호서 단숨에 8천호로 감소했다. 돼지 값이 하락한데다 사료 값도 크게 오른 때문이다. 08년 들어 돈가는 올랐지만 한 해 동안 사료 값이 무려 6차례나 인상되면서 양돈 경영이 크게 악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가도 나와 양돈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시련은 구제역이었다. 지난 2000년과 02년 그리고 2010년 3차례에 걸쳐 구제역이 발생했다. 2000년에는 살처분 두수가 미미(돼지 63두)했지만 02년에는 16만여두가 살처분됐다. 그리고 2010년 1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3천여두가 살처분 된데 이어 4월 두 번째 구제역으로 3만8천여두가 땅에 묻혔다. 여기까지는 전체 사육두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11월 세 번째 발생한 구제역은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1/3이 넘는 332만두를 살처분케 했고 이로 인해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2010년 9월 990만마리서 11년 3월 704만마리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사육두수는 급격히 증가, 2년여만인 지난 3월 1천만마리로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래=지금까지 살펴 본 바 그동안 양돈산업은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규모를 확대해 왔다. 그리고 최근 사상 처음으로 1천만두를 돌파하면서 구제역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두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 양돈산업은 이전처럼 규모 확대의 흐름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는 모돈 감축 운동이 시작돼 인위적인 규모 감축이 이뤄진다. 오는 8월까지 10만두 감축을 목표로 하고 특히 이를 이행하는 농가에만 정책 자금을 지원토록 해 돼지 사육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뿐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이 바뀌었다. 04년 칠레와 처음 체결된 FTA가 우선 가장 큰 이유겠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7년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우리 양돈시장은 외적 요인에 의해 지속 영향을 받아왔다. 지금까지는 그 정도가 미미했을 뿐. 하지만 앞으로는 FTA 영향이 본격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은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을 더 앞당겼다. 물론 돼지고기 소비도 이전만큼 큰 폭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22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20.5㎏보다 0.7㎏ 가량 많은 21.2㎏으로 소폭 늘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양돈을 비롯한 축산 관련 환경 규제 강화 역시 두수 증가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농경연이 전망하는 국내 사육규모는 22년 981만두 수준으로 구제역 이전에 비해서도 적다. 구체적인 수치는 점치기 어렵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향후 우리 양돈산업은 이전과 같은 양적 성장세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사실이다. 이는 곧 돼지 1천만두 시대를 연 지금, 우리 양돈산업은 양적인 성장을 대신할 내실을 다지는 질적인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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