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조합장
종돈 개량 제고 위해 종돈장 구조조정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등 질병 예방
양돈은 토탈 산업, 전체가 조화 이뤄야
자조금, 명확하고 취지에 맞게 사용
오케스트라는 자기 혼자 멋대로 해서는 조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오직 꾸준한 연습과 전체 단원과의 호흡만이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있다. 실력이 떨어지는 누군가가 있어 엉뚱한 음을 내거나 다른 행동을 한다면 전체의 조화가 깨어진다.
이런 오케스트라처럼 양돈산업 또한 생산부터 사양 유통에 이르러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흡사 오케스트라와 비슷하다며 도드람 양돈농협의 지휘자를 자처한 이영규<사진>조합장.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겨울비가 내려 기분이 적적했지만 만나는 순간 그의 환대를 받으니 금세 훈훈해졌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본격적인 신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후 활발하게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지만 요즘 구제역으로 발이 묶여 모처럼 망중한(忙中閑)을 보내고 있었다. 현재는 조합사업을 마무리 하고, 신년 사업을 구상하면서 내부 직원들과 결속력을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년을 활기차게 보내야 할 이때 구제역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농가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농가들의 질병 관리 중요성을 그 어느 때 보다 강조하고 구제역이 빨리 종식되길 바랐다. 구제역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물어보자 그는 “농가들이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한다” 면서 “농가들이 방역의 중요성을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은 전체 양돈산업에 피해”라며 농가들이 새해부터는 방역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양돈산업의 큰 이슈였던 EU와의 FTA체결에 따른 국내 농가의 경쟁력 강화 방법을 묻자 그는 먼저 “계열화 생산시스템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돈’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GGP농장들의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한다”고 역설했다. 종돈개량 효과를 극대화 하고 위생적 종돈의 대량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종돈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조합장은 “현재는 중소 종돈장 난립으로 GP·GGP 등에서 각종 질병이 발병하여도 경로 추적이 모호할 뿐 아니라, 특정 책임에 대해 강력한 구속력이나 책임에 대한 결과가 미흡한 상태 이다 보니 개선의 의지가 약하고 국내 우수 혈통 확산·개선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GGP를 확보한 계열화시스템 및 기업의 대규모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GGP 그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조합장의 양돈업 발전 방안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정부, 조합, 농가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새해에는 각자 달라져야 할 것을 주문했다. “이제 변하지 않으면 도태 된다”면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변해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를 위해서 ‘파이프 스톤’ 형식의 농장 설립을 주장했다. “파이프 스톤 방식의 농장은 일반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양돈계열화 사업과 달리 농가의 자율적 경영권이 보장되고, 수의사와 컨설턴트 등 전문 인력과 경영기법을 활용해 성장단계에 따른 분리사육 및 방역을 위한 ‘올-인 올-아웃’ 사육기법 등을 최소비용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농가들의 수익과 질병차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FTA시대 양돈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동조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취임 후 도드람조합의 변모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취임 후 첫 번째로 내부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우선 기존 기획조정실의 인력을 많이 줄이고 조합 내부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면서 꼭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천천히 해도 될 것은 뒤로 미루는 등 효율을 최우선시 했다” 면서 “새해에는 조합의 숙원 사업인 종돈, 사료 분야의 통일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해 도드람조합을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수준으로 올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새해의 사업계획을 묻자 “내년에는 종돈 부분에 투자를 많이 할 생각” 이라고 거듭 밝히고 “도드람조합 첫 출발 시 종돈, 사료, 사양관리, 유통의 통일. 이른바 4통을 모티브로 출발했지만 그 과정에서 농가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퇴색되어 종돈 분야에 신경을 못 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종돈 분야에 많은 투자와 조합만의 사료 공장을 신축하거나 인수를 추진하여 과거에 영광을 서서히 되 찾아나갈 계획이란다.
인터뷰로 인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을 때 쯤 밖은 서서히 비가 그쳐가고 있었다. 이때 조합장을 만난 지 30분간 너무 진지한 질문만 한 건 아닌지 부담이 돼서 다소 가벼운 질문을 물었다. “조합장에게 ‘양돈’이란?”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토탈’이란 단어를 선택해 말했다. “양돈이란 자체는 사육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토탈산업이다”며 “양돈업은 종합적인 산업, 따라서 관련 산업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지 한 부분이라도 삐끗 하면 전체가 조화롭지 못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표현했다. 조합 전체의 지휘자로서 한 군데 소홀함 없이 모든 부분을 내다 볼 수밖에 없는 조합장으로서 손색없는 표현이었다. 이어 이런 전체를 조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 도드람 농협의 모델인 기업형 협동조합의 개념과 역할을 물어봤다. 그는 “생산농가 중심의 협동조합이 계열화 조직 주체가 되어 각 부문별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며 이를 위해 “사업이 중복되거나 그 사업을 필요로 하는 조합 간 사업 연합 또는 합병을 통해 규모를 대형화하여 시장지배력을 키워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양돈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거출하는 농가의 자조금 사용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자조금은 일종의 세금으로 인식되지만 이런 세금을 내지 않으면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며 “단기간에 성과는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봐서 자조금은 꼭 필요한 돈이다”며 “하지만 사용처는 명확하게 그리고 자조금 취지에 맞게 잘 쓰여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2011년 양돈업계 전반적인 상황 예측에 대한 물음에 그는 “국내 외 사육두수 및 시장 소비 변화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사회적 이슈와 대외적인 변화가 변수이긴 하지만 생산성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희망적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조합 옆에 위치한 ‘도드람 테마단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테마단지는 돼지를 주제로 한 문화 공간으로 쇼핑, 식사 및 돼지관련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다”며 “가족과 함께 오면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조합은 항상 품질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 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적극적인 투자로 최고의 조합으로 거듭 나겠다”는 힘찬 새해 포부를 밝혔다. 2011년 신묘년 새해부터 그의 지휘로 인한 아름다운 선율이 벌써부터 귓가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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